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거의 최장이지만 노동생산성은 최하에 가깝다. 게다가 최저임금도 바닥수준이다. 이를 하나로 묶으면 시간만 죽이면서 일은 못하니 임금이 적다는 말이다. 이것 뿐 아니라 대부분 항목이 OECD국가 평균에 못 미친다. 특히 행복지수는 바닥이다. 우리는 왜 이리도 불행할까? 왜 이리 빌빌댈까? 왜 이토록 무능한가? 답은 간단하다. 우리 삶의 질적인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자기를 개발할 시간도 돈도 시설도 없으니 국민의 삶의 질이 낮아져 행복할 수 없다.
놀기 좋은 한국
외국인의 눈으로 보자면 한국이 놀기에 부적합한 곳은 아니다. 사실 상당히 놀기 좋다. “불붙는다(firing)”고 표현하는 맵고 짜릿한 한국음식은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물처럼 맨송맨송하기(watery)’는 하지만 술값도 싸다. 택시를 포함해 대중교통은 가위 천국이다. 밤샘영업을 하는 곳이 많아서 안전하게 ‘밤들이 노닐기’에 안성맞춤이다. 심지어 지겹게 놀다 탈이 나면 갈 수 있는 병원도 지천이다. 놀기에는 이상향에 가까운 곳이다.
이토록 놀기 좋은 한국에 여가를 위한 법적 근거까지 마련한다니 너무 놀겠다는 심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한국인의 놀기에는 건전하고 정상적인 삶이 빠졌다. 자기 발전이 없는 유흥뿐이라는 말이다.
여가란
여가(餘暇)란 ‘남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한국어도 한자도 아닌 영어 레저(leisure)의 번역이다. 레저란 ‘허가된, 짬이 있는’의 뜻으로 고대 로마에서 왔다. 즉 레저란 노동과 일이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이 자기 뜻대로 이용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다. 로마에서 비롯한 ‘레저’로부터 한 발 더 나아가면 더 재미있는 말을 만난다. 바로 고대 그리스어다. 아테네에서는 여가를 스콜레schole라 하였다. 눈치 빠른 독자는 아마 알아차렸을 것이다. 학교라는 의미의 스쿨school이 바로 이것이다. 즉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 토론하는 시간, 사색하는 시간이 바로 여가다. 아울러 가르치고, 배우고, 토론하고, 사색하는 일이 바로 그런 행위다.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
제정된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의 기조는 다음과 같다. 국민이 여가를 보장받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수립한다. 이를 통해 정부 차원의 여가 활성화와 여가산업 육성 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더 나아가서 ‘여가’의 영역을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설정한다. 마지막으로 이 법을 통해 여가프로그램 및 시설 확충, 전문 인력 양성 등 정책 사업들을 더욱 탄력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곰조차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랴!
단군신화에서 곰은 인간이 되기 위해 인 뽀玖?수련한다. 하지만 이를 견디지 못한 범은 뛰쳐나갔다. 곰은 인간의 뭐가 좋았기에 인간이고 싶었을까? 아마도 곰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삶이 부러웠을 것이다. 인간만의 행복한 삶은 무엇보다 인간됨에서 시작한다. 문화와 문명에 기반을 둔 인간만의 덕성(德性)은 동물적인 삶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이리라.
천번만번의 음주가무와 유흥을 한다고 덕이 쌓이지 않는다. 덕이란 자기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고, 배우고 생각하는 사려 깊은 행동에서 비롯한다. 때문에 우리는 여가를 통해 개인의 삶의 질을 고양해야하는 것이다. 이방인의 저자인 프랑스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일이 없으면 인간적인 품격을 잃고 타락하지만, 자유가 없으면 추악해진다”고 하였다.
짐승인 곰조차도 이르려고 하는 것이 인간인데 하물며 사람이 못할쏜가? 그래서 우리는 사람다움의 기반을 닦으려는 의도를 지닌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을 환영한다. /중앙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wesyuzna@naver.com(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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