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4나노 앞세워 급부상
퀄컴·TSMC 등 합종연횡
[ 남윤선 기자 ]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퀄컴(설계)과 TSMC(파운드리)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올해는 삼성전자가 장악했다. 업체들은 내년 이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합군을 형성하거나 대당 1000억원이 넘는 장비를 구입하는 등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AP 시장 참여 업체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AP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회사, 설계를 받아 수탁생산하는 회사(파운드리), 설계와 생산을 동시에 하는 회사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AP 시장에서 설계 회사는 애플과 퀄컴,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이 대표적이다. 삼성과 인텔은 스스로 설계도 하고 제조도 한다.
지난해 시장 구도는 단순했다. 설계는 퀄컴이, 파운드리는 TSMC가 시장을 독식했다. 삼성은 갤럭시S5에도 자체 AP를 쓰지 못하고 퀄컴이 설계하고 TSMC가 만든 제품을 탑재했다.
올 들어 판이 뒤집혔다. 삼성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AP 기술을 개발했다. TSMC는 아직 20나노 평면 AP밖에 만들지 못한다. 14나노 핀펫은 20나노 평면보다 성능과 전력효율이 좋다. 삼성은 이를 기반으로 갤럭시S6에 자체적으로 설계해 제조한 AP인 ‘엑시노스’(사진)를 탑재했다. 하반기에 내놓을 갤럭시노트5에도 퀄컴이 설계한 칩은 쓰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때 경쟁자였던 미국 글로벌파운드리(파운드리업계 3위)와 동맹을 맺어 애플의 차기 모델(아이폰6S, 아이폰7) AP 물량도 따냈다. 삼성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과 글로벌파운드리의 뉴욕 공장에서 애플에 공급하는 AP를 공동 생산하는 구조다. 삼성이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AP를 모두 따낸 것이다.
뒤처진 업체들은 ‘재역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TSMC는 최근 대당 1000억원이 넘는 ‘극초단파노광기(EUV)’라는 장비를 대량 구매했다. EUV는 10나노급 미세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가격이 워낙 비싸고 수율도 낮아 그동안 반도체업체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에 물량을 빼앗긴 TSMC가 10나노 AP를 개발하기 위해 모험을 했다는 분석이다.
삼성 갤럭시에 AP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 퀄컴은 최근 스마트폰 3위인 LG전자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은 최근 LG전자의 스마트폰 ‘G4’ 공개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PC용 반도체 최강자인 인텔도 가세하고 있다. 인텔은 최근 AP와 모뎀을 하나로 묶은 ‘원칩형 AP’를 공개했다. 또 업계 4위 AP 설계업체인 스프레드트럼과 손잡고 모바일 AP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TSMC와 마찬가지로 EUV도 대량 구매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장악하는 스마트폰은 갤럭시, 아이폰 등 소수이기 때문에 여기에 AP를 공급하지 못하면 지금의 절대 강자도 내년엔 빈털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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