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일반분양가격 인상 가능성
조합원 분담금은 줄어들 듯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2017년까지 유예도 호재
사업 추진 속도 빠르고 시공사 인지도 높은 곳 관심
[ 조성근 기자 ]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아파트 조합원들은 요즘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3.3㎡당 최고 5000만원에 달하는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일반분양분이 조기에 완전판매돼 조합원이 새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내야 하는 돈(분담금)이 대폭 줄어든 데다 시공사(대림산업)가 자기 비용으로 100억원이나 들여 특화 시공에 나서면서 아파트값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이 아파트 84㎡형 조합원 분양권은 최근 16억원대(3.3㎡당 4700만원대)에 거래되며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중 하나로 등극했다. 일반 분양분 역시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이 1억~1억5000만원 가까이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발 빠른 투자자들이 제2, 제3의 아크로리버파크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건축 전성시대 다시 도래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사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반등을 시작한 2013년 하반기 이후부터 올 3월까지는 수도권 외곽의 중소형 아파트 상승률이 서울 재건축 대상 아파트보다 더 높았다. 집 구매에 나선 이들이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인 까닭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은 집을 매입했다.
최근 들어선 재건축 아파트도 반등 대열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서울 개포동 잠원동 고덕동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최근 5개월 새 5000만원 전후 반등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이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무엇보다 분양가 상한제가 풀렸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입지 여건이 좋은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은 일반 분양분의 분양가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분양 가격이 높아지면 조합원의 분담금이 줄어든다. 조합원들은 더 적은 돈을 내고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 개포주공 가락시영 고덕주공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은 분양 가격을 당초 계획보다 3.3㎡당 수백만원씩 올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능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입주물량이 부족한 데다 새 아파트 선호현상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분양 가격이 높아져도 잘 팔릴 가능성이 크다”며 “재건축이 임박한 노후 아파트 매매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가 2017년까지 유예된 것도 호재다. 개발이익을 전부 조합원이 누릴 수 있어 분양 가격이 높아질수록 유리한 것이다. 정부가 용적률도 법적 상한선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했고, 서울시도 재건축·재개발 의지가 있는 곳은 하루빨리 재건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투자 고수들은 작년 연말부터 저평가된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속도·시공사 확인은 필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건축 아파트 투자의 승패는 사업 속도에 달려 있다고 조언한다. 재건축이 임박해 있으면서 조합원 간 내분이 없어 조만간 일반 분양에 들어갈 수 있는 단지를 고르라는 것이다. 조합원 내분 등으로 사업에 발목이 잡히면 낡고 비좁은 아파트에서 오래 거주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재건축 단지 밀집 지역에선 사업 속도에 따라 아파트 가격에 큰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현재 이주를 진행하고 있는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 대지면적 20.33㎡는 4억9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아파트와 대지 지분이 비슷한 고덕주공3단지 대지 지분 19.85㎡는 4억2000만원 선이다. 사업 속도가 이 같은 가격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설명한다.
개포동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주를 진행 중인 개포주공2단지 대지면적 87㎡는 12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 간 내분으로 사업 속도가 늦은 개포주공1단지 대지지분 88㎡는 10억50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또 시공사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이왕이면 시공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곳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브랜드가 아파트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까닭이다. 시공사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도 체크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아파트를 차별화하면서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를 만들어가는지 보라는 것이다. 이런 회사가 시공한 아파트는 시세를 리드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시공사가 과거 재건축 조합과 한 약속을 제대로 지켰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라고 강조한다. 추가 분담금 증액 등을 이유로 진행 중이던 공사를 중단하거나 수익성 악화를 들어 사업 진행을 하염없이 지연시킨 사례가 과거에 많아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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