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근 기자 ] 임차인 권리금을 보호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적용 범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체결되는 임대차계약뿐만 아니라 기존 임대차계약도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건물주들이 권리금에 대한 부담을 새로 떠안게 되면서 소급입법(새 법률을 제정 이전 사실에까지 적용하는 것) 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2일 국회를 통과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기존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을 건물주가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임차인은 계약 만료일 3개월 전부터 새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
건물주가 이를 방해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기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것 등이 건물주 방해행위다.
이 법은 앞으로 체결되는 임대차계약뿐만 아니라 기존 임대차계약에도 적용된다. ‘권리금 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부터 적용한다’는 법안 부칙 제3조에 따른 것이다. 법 시행 缺?건물주들의 기습적인 임대료 인상을 막기 위한 조치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건물주들은 당장 임대차계약이 끝났을 때 자신이 원하는 상대를 임차인으로 들이는 것이 어려워진다. 기존 임차인이 데려온 새 임차인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법무법인 명성의 이기형 변호사는 “개인 재산권과 계약자유의 원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도 “권리금을 고려하지 못한 기존 임대차계약에 대해 개정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대료를 올릴 사유가 충분한 데도 원하는 만큼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처럼 단기간 내 상권이 활성화한 곳에 형성된 권리금은 시설투자 등 임차인 노력에 의해 형성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건물주는 임대료를 시세에 맞춰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 임차인이 구해온 새 임차인에게 고액의 임대료를 요구하는 것이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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