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가 꼽은 '5대 불합리 규제'
유해물질 배출 기준 밑돌아도 "공장 닫아라"
시험성적서로 인증 대체…비용 되레 더 늘어
[ 김용준 기자 ] 경기 김포시 거물대리에 있는 주물업체 한 곳은 최근 시로부터 생산시설을 폐쇄하라는 행정조치를 당했다. 소량의 대기 유해물질을 배출했다는 이유였다. 계획관리지역(도시 편입이 예상됨에 따라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지역)의 경우 특정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의 건축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었다. 업체들은 일반 대기오염 수치보다 적은 유해물질이 나와도 공장을 폐쇄하라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2일 무작위 공장폐쇄 등 현장에서 찾은 다섯 가지 규제를 발표했다. 중앙회는 3월 전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방문해 68개의 비합리적인 규제를 찾아내, 이 가운데 대표 규제를 선별했다. 중앙회는 규제가 중소기업의 정상적인 영업과 성장을 방해한다며 국무조정실 등 정부에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다.
○기준 없는 공장폐쇄
인천의 한 주물 제조업체 사장은 “대기중의 오염수치보다 더 적은 유해물질이 나와도 공장을 폐쇄하라는 것은 제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환경보전법’에서 허용하는 유해물질 배출기준을 밑돌아도 계획관리지역에서는 공장폐쇄 조치를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박화선 중앙회 연구원은 “합리적인 대기유해물질 허용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호영 김포시 환경보전과 환경지도팀장은 “계획관리지역에서는 중금속 등 특정 대기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은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법에 따라 일부 시설폐쇄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환경 관련 규제에 대한 원성은 가구업계에서도 나왔다. 한 주방 가구업체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합판 등 원자재를 대기업에서 구매해 조립하거나 구멍을 뚫는 작업을 거쳐 완제품을 만든다. 다른 물질이 첨가되는 화학적 공정은 없다. 하지만 정작 완제품은 환경기준에 미달해 납품을 못하는 일을 당했다. 이유는 부처별로 가구류에 들어가는 포름알데히드 등을 측정하는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가구업계는 국토교통부가 채택하는 검사방법도 1회에 500만~700만원이 들어가는 등 비용면에서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력을 소음 규제의 기준으로
가구업계는 정부가 여러 업체에 납품권을 주는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를 시행하면서 발생하는 인증비용도 과도한 규제로 꼽았다. 조달청이 인증획득 비용을 줄여주겠다며 일부 인증을 폐지하고 시험성적서로 대체했다. 하지만 시험성적서 획득을 위한 비용이 더 나간다는 것이다. 과거 품질인증제도가 있을 때는 회사가 인증을 받으면 됐지만 지금은 품목별로 별도의 인증 또는 시험성적서를 받아야 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소음과 진동 관련 기준도 문제란 지적이다. 부산에 있는 한 플라스틱 창호 제작업체는 지난 2월 공장을 지었지만 정식 등록을 한참 뒤로 미뤘다. 규정상 주거지역에 있는 공장은 압축기의 총합계 마력(馬力)이 50마력 이하, 대당 10마력 미만이어야 한다는 소음규제 때문이었다. 결국 보유 중인 압축기를 처분하고 진동이 더 심한 7.5마력의 압축기를 다시 산 뒤 등록했다. 현행 건축법은 10마력 이상의 압축기와 같은 기계류를 소음 및 진동배출시설로 분류한다. 마력은 동력을 나타내는 단위로 소음과 관련 없지만 크기만 보고 소음 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중간예납 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인사업자 등 소상공인의 납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으로, 일부 세금을 미리 내는 제도다. 세금을 먼저 납부하지만 세액공제 등 혜택은 없고, 선납분에 대해서도 납부가 늦어지면 가산세를 부과한다. 세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가 개인사업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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