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규 기자 ]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 경남 통영·고성이 지역구인 이군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주최로 성동조선해양 금융지원 방안에 대한 간담회가 열렸다.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지역 기업 성동조선을 살리기 위해 이 의원이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은 채권은행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역 경제뿐 아니라 조선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조속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8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6월까지 성동조선에 필요한 선박 건조 자금 3000억원을 지원하는 안건을 채권단회의에 올렸다. 지난달 4200억원 지원안이 무산된 상황에서 조건과 금액을 바꿔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무역보험공사(채권 비율 20.39%)와 우리은행(17.01%)이 11일 고심 끝에 지원을 거절하면서 채권단 75%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또다시 안건은 부결됐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불만의 목소리가 채권단에서 터져 나왔다. 경남기업에 대한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자금 지원 압박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마당에 지역구 의원이 채권단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간담회를 연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수출입은행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장기적인 성동조선 정상화 방안보다 단기 자금 지원에 몰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동조선은 5년이 넘게 자율협약 상태로 있으면서 채권단으로부터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조선업 경기 불황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채권단 일부에선 처음부터 성동조선 정상화 가능성을 너무 낙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출입은행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다른 채권단을 한 번 더 설득해 보는 게 최선이지만, 그게 안 되면 혼자서라도 지원에 나서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성동조선의 많은 협력업체들이 줄도산할 수밖에 없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수출입은행이 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성동조선과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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