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수지 기자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공영방송 BBC에 비판적인 인물을 문화장관으로 앉히면서 BBC와의 전쟁을 예고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캐머런 총리가 지난 10일 존 위팅데일(사진)을 문화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위팅데일 장관 지명자는 2005년부터 문화, 미디어, 체육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BBC 수신료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불가능하다”며 BBC를 비판해왔다.
세계 최초 공영방송인 BBC는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받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연간 145.5파운드(약 24만원)의 수신료를 받는다. 위팅데일은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국민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 BBC 수신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문화장관은 10년마다 영국 왕실이 BBC를 승인하는 칙허장 심사를 맡는다. 수신료 조정 논의도 함께 진행한다. 위팅데일의 평소 신념대로라면 BBC 수신료는 동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캐머런 총리의 이번 인사는 BBC가 캐머런 총리에 맞서 친(親)유럽연합(EU) 성향의 방송을 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캐머런 총리는 총선 과정에서 2017년까지 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예상을 깨고 보수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하면서 국민투표 시기가 내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란 가디언의 보도도 나왔다.
보수당 의원들은 선거 기간 내내 BBC가 노동당 편향적이라는 의심을 멈추지 않았다. 필립 데이비스 보수당 의원은 “BBC가 선거 기간에 노동당 박자에 맞춰 춤을 췄다”고 비판했다.
BBC 대변인은 “우리는 시청자가 기대하는 대로 깊이 있고 공정하게 보도했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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