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의 정석 <2>] "내가 찍은 종목은 유리한 정보만 보이는 게 사람 심리…리스크부터 찾아내라"

입력 2015-05-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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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의 여파일까. 금융위기 이후 한산했던 증권사 창구를 찾는 고객이 차츰 늘고 있다. ‘주식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던 사람이 어떤 종목에 투자하면 좋겠느냐고 물어온다. 물론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투자 수익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면 자신의 심리를 이겨야 한다.

실력과 운을 혼동하지 말라

대세 상승장이 시작될 무렵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초보 투자자는 틈나는 대로 증권방송을 보고 경제신문을 꼼꼼히 분석해 A회사 주식을 조금 샀다. 주가가 오른다. 이번에는 증권사 보고서를 읽고 B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이번에도 주가가 크게 상승한다. 하지만 한 번 곰곰 생각해 보자. 이 투자자가 빼어난 성과를 거둔 것은 종목을 고르는 ‘실력’이 탁월해서라기보다 운좋게 상승장이 시작될 때 투자를 시작한 덕분이 아닐까. 물론 어느 정도 실력도 작용했겠지만 상당 부분 운이 따랐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대다수 투자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몇 차례 ‘작은 성공’을 계속 거두고 나면 누구나 고무되게 마련이다. 심하면 ‘황금손가락 증후군’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이 찍는 씀炷?무엇이든 주가가 오른다고 믿는 것이다. 처음 투자할 때 가진 신중함과 의심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다. 근거 없는 자신감만 넘쳐난다. 하지만 ‘의심 없는 낙관주의’는 화만 자초할 뿐이다.

불리한 리스크도 볼 줄 알아야

주식과 사랑에 빠져 보고 싶은 정보만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20여년 전 하버드대 교수인 크리스와 댄은 인간의 인지능력과 관련된 재미난 실험을 했다. 이들은 검은색과 흰색 셔츠를 입은 두 팀이 서로 농구공을 패스하게 한 다음, 중간에 고릴라 옷을 입은 여학생이 가슴을 치고 지나가도록 했다. 이 장면을 전부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리고 실험 대상자에게 동영상을 틀어주기 전에 흰 셔츠를 입은 팀이 몇 번 지나가는지 세보라고 했다. 동영상 상영이 끝난 다음 크리스와 댄은 실험 참가자에게 “고릴라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실험 대상자 중 거의 절반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흰 셔츠를 입은 팀을 세는 데 집중한 나머지 고릴라에는 ‘눈이 먼’ 것이다. 크리스와 댄은 이 같은 인식 오류를 ‘무주의(無注意) 맹시(盲視)’라고 불렀다. 주식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특정 주식과 사랑에 빠지면 그 주식에 유리한 정보만 보인다. 불리한 리스크는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보지 않는다’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리한 점만 보고 리스크를 보지 못하면 그 투자가 어떻게 될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매일 수익률 계산하지 마라

지나치게 잦은 마감도 문제다. 경제학자들이 뉴욕의 택시기사를 관찰했다. 거기에는 상당히 독특한 점이 있었? 이들은 손님이 많은 날에는 일찍 일을 마치고, 손님이 없는 날에는 밤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이다. 거꾸로 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이들은 마음속으로 하루 단위로 목표 수입을 정해 놓는다. 이것이 달성되면 귀가한다. 따라서 손님이 많은 날은 일찍 집에 가고, 손님이 없으면 밤 늦도록 일하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한 달 단위로 목표 수입을 정해 놓았다면 행동 방식이 달랐을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도 매일매일 수익률을 따지는 게 좋은 습관이 아니다. 마감을 자주 하다 보면 상승장에서 주가가 얼마 오르지 않아 팔아 치운다. 뉴욕 택시기사가 손님 많은 날 일찍 귀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언제 다시 오를까 노심초사한다. 마치 늦은 밤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는 뉴욕의 택시기사처럼.

김동엽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dk.kim@miraeass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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