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운을 혼동하지 말라
대세 상승장이 시작될 무렵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초보 투자자는 틈나는 대로 증권방송을 보고 경제신문을 꼼꼼히 분석해 A회사 주식을 조금 샀다. 주가가 오른다. 이번에는 증권사 보고서를 읽고 B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이번에도 주가가 크게 상승한다. 하지만 한 번 곰곰 생각해 보자. 이 투자자가 빼어난 성과를 거둔 것은 종목을 고르는 ‘실력’이 탁월해서라기보다 운좋게 상승장이 시작될 때 투자를 시작한 덕분이 아닐까. 물론 어느 정도 실력도 작용했겠지만 상당 부분 운이 따랐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대다수 투자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몇 차례 ‘작은 성공’을 계속 거두고 나면 누구나 고무되게 마련이다. 심하면 ‘황금손가락 증후군’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이 찍는 씀炷?무엇이든 주가가 오른다고 믿는 것이다. 처음 투자할 때 가진 신중함과 의심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다. 근거 없는 자신감만 넘쳐난다. 하지만 ‘의심 없는 낙관주의’는 화만 자초할 뿐이다.
불리한 리스크도 볼 줄 알아야
주식과 사랑에 빠져 보고 싶은 정보만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20여년 전 하버드대 교수인 크리스와 댄은 인간의 인지능력과 관련된 재미난 실험을 했다. 이들은 검은색과 흰색 셔츠를 입은 두 팀이 서로 농구공을 패스하게 한 다음, 중간에 고릴라 옷을 입은 여학생이 가슴을 치고 지나가도록 했다. 이 장면을 전부 동영상으로 찍었다. 그리고 실험 대상자에게 동영상을 틀어주기 전에 흰 셔츠를 입은 팀이 몇 번 지나가는지 세보라고 했다. 동영상 상영이 끝난 다음 크리스와 댄은 실험 참가자에게 “고릴라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실험 대상자 중 거의 절반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흰 셔츠를 입은 팀을 세는 데 집중한 나머지 고릴라에는 ‘눈이 먼’ 것이다. 크리스와 댄은 이 같은 인식 오류를 ‘무주의(無注意) 맹시(盲視)’라고 불렀다. 주식 투자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특정 주식과 사랑에 빠지면 그 주식에 유리한 정보만 보인다. 불리한 리스크는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보지 않는다’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리한 점만 보고 리스크를 보지 못하면 그 투자가 어떻게 될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매일 수익률 계산하지 마라
지나치게 잦은 마감도 문제다. 경제학자들이 뉴욕의 택시기사를 관찰했다. 거기에는 상당히 독특한 점이 있었 ? 이들은 손님이 많은 날에는 일찍 일을 마치고, 손님이 없는 날에는 밤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이다. 거꾸로 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이들은 마음속으로 하루 단위로 목표 수입을 정해 놓는다. 이것이 달성되면 귀가한다. 따라서 손님이 많은 날은 일찍 집에 가고, 손님이 없으면 밤 늦도록 일하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한 달 단위로 목표 수입을 정해 놓았다면 행동 방식이 달랐을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도 매일매일 수익률을 따지는 게 좋은 습관이 아니다. 마감을 자주 하다 보면 상승장에서 주가가 얼마 오르지 않아 팔아 치운다. 뉴욕 택시기사가 손님 많은 날 일찍 귀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언제 다시 오를까 노심초사한다. 마치 늦은 밤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손님을 기다리는 뉴욕의 택시기사처럼.
김동엽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dk.kim@miraeasset.com >
[한경스타워즈] 대회 참가자 평균 누적수익률 40%육박! '10억으로 4억 벌었다'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그림의떡' 안심전환대출 포기자들, 주택 아파트담보대출 금리 비교로 '반색'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