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문제 근본적 해결책은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만들기

입력 2015-05-13 16:16  

(고은이 경제부 기자)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제가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태어났으니까 사는 것 같아요.” (대전시 유성구 A초등학교 6학년 양모군)

“그냥 계속 쓸쓸한 기분이 들어요. 예전부터 늘상 그래요.” (서울시 성동구 B초등학교 5학년 최모양)

우리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요? 지금,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요?

정부가 발표한 ‘아동종합실태조사’를 보면 한국 아이들의 행복도를 다른 나라의 아이들과 대충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이 조사에서 한국 아이들 5명 중 2명은 “지금 내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자기 삶의 점수를 매겨보라고 했더니 우리 아이들은 평균 60점을 매겼습니다. 평균 94점을 매긴 네덜란드, 90점인 핀란드나 스페인 아이들보다 만족도가 확연히 낮습니다. 비교한 30개국 중 꼴찌입니다. 뒤에서 두번째인 루마니아(77점)와도 점수 차이가 꽤 납니다.

하루 세끼를 제대로 먹고 있는지, 교과서가 아닌 다른 책을 가지고 있는지, 취미활동으로 즐기는 게 있는지 등 14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매긴 ‘아동결핍지수’도 54.8%로 단연 1위였습니다. 2번째로 높은 결핍률을 기록한 헝가리(31.9%)의 거의 두배 수준이죠.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한 아이는 2명 중 1명(50.5%)입니다. 프랑스는 20.8%, 독일은 23.9%입니다.

정부는 이같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몸이 그닥 건강하지도 않고, 주변에 의지할 데도 없으며, 놀 시간도 없고, 늘 외롭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부는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큰 방향을 담은 ‘제1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이 오늘 나왔습니다. 어찌보면 이 기본계획이 나온 시점 자체가 많이 늦었지요. 이제야 겨우 1차 계획이 나온거니까요.

그런데 이 계획이 제대로 정책화돼 실행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원래 이 아동정책기본계획은 작년 9월에 발표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뒤로 미뤄지고 또 미뤄졌습니다. 사회적으로 아이들의 발언권이 약하다보니 이런 아동정책들은 다른 굵직한 사안들에 뒤로 밀렸던 겁니다. 그러다 결국 올해까지 왔습니다. 지난 2월에야 공청회를 열었지요. 그리고 또 정식으로 계획이 발표되기까지 3달이나 걸렸습니다. 기본계획을 심의·통과시키는 아동정책조정위원회(위원장은 국무총리) 회의 날짜가 계속 잡히지 않았거든요.

끝내 회의는 개최되지 못했습니다. 서면 심의로 대신해야만 했습니다. 한 아동정책 담당자는 “지금 위원장인 총리 자리가 비어있는 데다 대행하고 있는 경제부총리는 본인 담당분야가 아니다보니 논의가 어려웠다”며 “실제로 위원회를 열어 얼굴을 보고 논의하는 게 가장 좋기는 했지만 더 이상 미루는 건 안 될 일이라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아동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아동정책조정위원회가 작년 2월 이 계획을 만들어보자, 라는 내용의 첫 회의를 연 후 다시 열리지 않은 셈입니다.

부총리나 정부가 다른 일로 바쁠만도 합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다 요즘엔 또 국민연금 개혁 이슈가 뜨겁습니다.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연금 정치’에 뛰어들었고 정부와 청와대도 여기에 매달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와중에 팔자 좋게 아동정책이라니요.

작년 저출산 대책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그랬습니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논의할 저출산위원회는 당초 작년 4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세월호 등 여러 이슈 때문에 미뤄져 올해 2월에야 겨우 첫 회의가 개최됐습니다. 인구정책은 중장기적 문제이다보니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다른 일이 있으면 자꾸 뒤로 밀리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금 문제의 핵심도 사실은 인구구조 문제입니다. 부담을 질 사람에 비해 혜택을 받을 사람이 많은 데서 나오는 재정적 한계 때문에 연금기금 고갈이니, 보험료율 인상이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는 건데요.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근본적 해법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라면 어떨까요.

“현재 1.2명인 합계 출산율을 2.0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 연금 고갈은 발생하지 않는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교수가 최근 내놓은 추계 결과입니다. 어쩌면 정부나 정치권이 지금 가장 시급하게 해야할 일은 연금기금 시점과 보험료율 인상폭을 두고 과장된 ‘숫자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닐까 싶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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