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진코믹스에도 증권사·스팩 상장 권유 잇따라
웹툰시장 커지자 '귀한 몸'…기관 투자가들 관심
[ 임도원 기자 ]
국내 인터넷 만화(웹툰) 서비스 기업인 미스터블루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해 우회상장한다. 웹툰 서비스 기업이 증권시장에 입성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동종 업체인 레진코믹스에도 상장을 권유하는 스팩과 증권사들이 몰리는 등 웹툰 서비스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웹툰의 국내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데다 만화 본고장인 일본에도 진출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미스터블루, 11월 코스닥 입성
동부스팩2호는 13일 미스터블루와 합병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는 주주총회와 주주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절차를 거쳐 오는 11월5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동부스팩2호는 합병 후 회사 이름을 미스터블루로 바꾸고 웹툰 서비스 업체로 코스닥시장에서 새로 거래된다. 동부스팩2호는 지난해 12월 공모절차를 통해 자기자본 106억원 규모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미스터블루는 2002년 설립된 코믹앤조이가 전신이다. 2008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TV드라마로도 제작된 박소희 화백의 ‘궁’, 허영만 화백의 ‘커피 한잔 할까요?’ 등 인기 만화를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해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37억원, 영업이익 35억원, 당기순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각각 107억원, 27억원, 22억원이었다. 조승진 대표가 지분 8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회사 측은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상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급성장하는 웹툰시장
미스터블루 외에 다른 웹툰 서비스 기업들도 외형이 커지면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몇몇 스팩과 증권사들이 우회상장이나 직상장을 권유하고 있다”며 “좀 더 기업가치를 높인 뒤 상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진코믹스는 지난해 엔씨소프트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대형 인터넷 포털업체들도 웹툰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월부터 웹툰 사업부를 사내 독립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사에 소속돼 있긴 하지만 대표를 따로 두고 경영권을 인정해주는 시스템이다. 네이버는 웹툰 사업부의 수익성이 높아지면 분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웹툰 서비스산업은 매년 급성장하는 추세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시장은 2012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 21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42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기 웹툰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끈 ‘미생’을 비롯해 최근 2~3년간 영화화된 ‘은밀하게 위대하게’ ‘패션왕’ ‘전설의 주먹’ 등이 대표적이다.
웹툰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NHN엔터테인먼트가 2013년 일본 지사를 통해 선보인 웹툰 ‘코미코’는 현지에서 9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자사 웹툰 40여편을 텐센트의 ‘큐큐닷컴’ 등 중국 4개 인터넷 사이트에 선보였다. 장정훈 KB인베스트먼트 벤처투자 담당이사는 “웹툰이 원소스멀티유스의 기본 콘텐츠가 되고 있고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도 커져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웹툰에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들의 관심도 높다”고 말했다.
■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주식 공모로 자금을 모아 상장한 뒤 비상장 기업과 합병해 그 기업을 우회상장시키는 서류상 회사다. 비상장사들이 스팩과 합병하면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짧은 기간에 상장할 수 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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