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소리도 포용하는 게 미국 문학의 힘…내 뿌리는 한국"

입력 2015-05-13 21:37  

노벨문학상 후보 이창래에게 듣는 세계문학 트렌드

장편소설 대표작 '영원한 이방인'
등단 20주년 맞아 새 번역 출간



[ 박상익 기자 ] 한국계 미국 소설가인 이창래 프린스턴대 문예창작과 교수(50·사진)는 미국 현대문학을 이끄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95년 첫 장편 영원한 이방인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척하는 삶 생존자 가족 만조의 바다 위에서 등 다섯 편의 장편을 내놓은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학상을 휩쓸었고,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영원한 이방인은 이 교수의 등단 20주년을 맞아 최근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됐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특강을 위해 방한한 그는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문학의 장점은 새로운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그것들이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라며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예일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오리건대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주식분석가로 일하다 작가가 됐다. 이민자의 시선으로 쓴 그의 작품?미국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원한 이방인의 주인공 헨리 파크는 한국인 이민자의 아들로 평범한 삶을 산다. 하지만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미국인 아내마저 돌연 자신을 떠난다. 사설 조사원으로 일하던 파크는 뉴욕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정치인 존 강의 뒷조사를 맡는다. 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존 강을 염탐하던 파크가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며 정체성 혼란을 느낀다는 것이 작품의 줄거리다.

척하는 삶은 한국계 일본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 일본군 군의관으로 참전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70대 남성의 이야기를 그렸다. 만조의 바다 위에서는 가상의 미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중국계 잠수부 소녀 판의 모험을 그렸다. 이 교수는 “의식적으로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주제를 다루려고 하지는 않는다”며 “나이를 먹어가며 개개인의 이야기보다 넓은 세계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밖 국가에 뿌리를 둔 젊은 작가들이 점차 미국 작가로 여겨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이듬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목소리가 뉴욕, 샌프란시스코, 남부 이민자 등 어디에서 나올지 모른다는 점이 미국 문학의 경향이자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제가 유행이나 돈을 좇아 글을 쓰지 않는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어요. 진지하게 문학을 하면서 사람을 이해하려는 작가로 남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차기작을 절반쯤 썼다는 이 교수는 “중국인 사업가가 아시아를 돌면서 겪는 일을 그리고 있다”며 “아시아·태평양이 세계에서 어떻게 부각되는지 다룰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국적이지만 자신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에 온 뒤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 순댓국밥집을 찾기도 했다.

그는 “식당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들을 바라보며 먼 친척을 조금씩 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미국 작가지만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저를 한국 사람으로 여겨준다면 굉장히 기쁠 겁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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