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는 연금의 수급 개시연령을 65세에서 69세로 늦췄습니다. 현재의 인구학적 구조로는 연금 적자가 늘어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인구 변화를 자동으로 반영해 수급연령이 조정되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연금재정을 부담할 사람이 많아지면 수급 개시연령이 내려가고, 적어지면 연령이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요즘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50% 인상과 이에 따른 보험료율 인상폭을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과 지속가능성을 논할 때 따질 수 있는 것은 사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공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효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연금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도 여러가지가 있거든요.
야당이 주장하는 소득대체율 인상은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가장 단순한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영국처럼 완전연금 납입기간을 조정하는 방식, 육아 등 노동시장 배제 기간을 연금 가입기간으로 일부 인정해주는 방식(유럽 물?다수 도입) 등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낼 수 있습니다. 만약 소득대체율 50%를 못 박고 시작한다면 이런 아이디어 논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재정 안정화 방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연금 보험료는 모두가 똑같이 월 소득의 9%를 내지요. 이걸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재조정하는 방법(소득이나 여건에 따라 보험료율 차등 적용), 수급개시연령을 높이는 방법(선진국에선 올리는 추세), 국민연금기금을 보육정책에 투입해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유럽국가) 등 다양한 방법이 제안될 수 있습니다.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높일 경우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율이 일률적으로 1%포인트 오르거나(야당), 두배로 오르거나(정부) 하지 않더라도 또 다른 방식으로 부담을 나눌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률적으로 올리자는 소득대체율 50%의 함정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혜택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소득대체율만 올렸을 때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사람은 연금에 오래 가입한 중산층 맞벌이 가구입니다 혜택을 못 보는 사람은요? 가입조차 못한 사람들이겠지요. 소득대체율 일괄 인상이 가장 평화로운 공적연금 강화 방법 같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피해를 봅니다. 50%의 함정이 다양한 논의를 잡아먹는 ‘블랙홀’이 될까 걱정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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