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요일 영업금지 푸는 프랑스, 의무휴업 강제하는 한국

입력 2015-05-14 20:44  

프랑스가 일요일 영업을 법으로 금지한 것은 1906년이었다.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경쟁국인 영국이 1994년에 규제를 풀었지만 프랑스는 큰 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프랑스가 최근 속전속결로 이 규제를 풀었다. 지난 2월17일 정부가 하원 승인을 생략한 채 ‘상점 일요일 영업법안’을 공표하고 상원으로 넘기자 엊그제 상원은 이 법안을 전격 통과시킨 것이다. 새 법에 따라 지방정부가 연간 최대 5일 허가할 수 있었던 일요영업은 연 12일로 늘어나게 됐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와 생제르맹 지구 등 국제관광지구는 일요일 영업을 연중 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가 110년 가까이 지켜오던 일요일 영업금지 규제를 혁파한 것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당연히 거부감과 반대가 많았다. 또 이를 위해 리더십과 용기가 필요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법안을 공표하면서 “이 법안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며 “이때문에 부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직접 정부법안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프랑스 헌법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총리 발표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고 의회는 내각 불신임안 제출로 대응할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은 반대 세력으로부터 살해 협박까지 받았지만 법안을 밀어붙였다.

포퓰리즘에 빠져 조금이라도 더 표가 나올 곳 같으면 눈치 살피기에 여념이 없는 우리 정부, 정치권과 너무 비교되는 사태 전개다. 동네상권과 전통시장을 살리겠다고 대형마트 격주 일요일 휴무를 의무화한 일련의 사례를 보라. 결국 소비가 위축돼 자영업자와 시장상인들은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중이다. 또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상인과 종업원도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거기다 맞벌이로 주말에나 겨우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마트를 가던 고객들의 불편함에는 누구 하나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나라 성장과 발전을 위한 일이면 신념을 갖고 밀어붙이는 관료와 정치인이 너무나 부족하다. 수입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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