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하는 안성 주민에 외부단체 가세
송전선로 예정지 현장 못가고 '화상 답사'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생산하려 했는데…"
[ 윤희은 / 마지혜 / 김동현 기자 ]
삼성전자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청을 받아들여 추진하기로 한 15조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프로젝트 ‘평택 반도체단지 조성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위기를 맞았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의 지역 이기주의와 이를 부추기는 시민단체의 개입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단지 사업은 경기 평택시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과 정부의 신속한 규제 완화, 삼성의 통 큰 투자 결단 등 ‘3자 의기투합’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삼성은 정부의 조기투자 요청을 받아들여 반도체 생산 일정을 2018년 중반에서 1년 이상 앞당기기로 했다.
하지만 몇 차례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건립 실패 사례에서 나타나듯 일부 주민의 지역 이기주의가 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추가 라인 전력공급 어려워
경기 평택 고덕변전소와 안성 서안성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 건설(송전탑 38~45개 건설 포함)을 앞두고 한국전력 경인건설처는 ‘화상 현지답사’를 준비하고 있다. 입지선정위원회 결정을 위해서는 현지답사가 필수지만 안성 송전선로가 통과할 예정인 원곡면과 양성면 주민들의 송전선로 건설 반대로 현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서다.
입지선정위원회 현지답사를 화상으로 대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 관계자는 “입지 선정 단계부터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는 비상이 걸렸다.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되면 반도체 생산시설 증설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이미 지어진 반도체 생산시설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최근 외부 환경운동단체들이 반대 주민과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져 ‘밀양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일 착공한 삼성 반도체 평택단지 1기 공장 면적은 79만㎡로 삼성전자가 확보한 전체 부지 289만㎡의 27% 정도다. 1기 공장 내에는 1기 라인 외에도 추가 라인 을 언제든 건설할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2020년 이전에 추가 라인 건설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덕~서안성 간 송전선로가 연결되지 않으면 추가 라인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은 한두 시간 정전만으로도 수백억원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력 공급이 풍부해야 전력 안정성이 유지돼 불량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이 2021년 6월에서 2019년 6월로 송전선로 건설 시점을 2년 앞당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외부 단체 가세 움직임도
안성 원곡면과 양성면 일부 주민의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입지 선정 작업이 1년 넘게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밀양 송전탑 갈등을 계기로 지난해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이 제정되는 등 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이 제도화됐지만 송전탑 건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택은 삼성 반도체 공장 조성으로 수혜를 보지만 안성은 ‘혐오시설’인 송전탑만 들어온다는 정서가 적지 않다. 김성태 안성시 원곡면 이장단 협의회장은 “안성에는 이미 변전소가 5개나 세워졌고 송전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며 “혜택은 평택이 보고 안성은 피해만 보는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대 주민들은 4월30일부터 사흘간 안성에서 열린 경기도체육대회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서명을 받았다.
안성 시민 외에 외부 시민·사회단체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에 참가했던 활동가들이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안성 밖에서 시위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오는 27일 안성 중심가에서 대규모 반대집회를 열고 6월엔 한전 본사가 있는 전남 나주로 ‘원정 투쟁’을 갈 계획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 ?“지역 주민들이 합리적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은 안 하고 무조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사회적 손실만 초래할 뿐”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투자나 고용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윤희은/마지혜/안성=김동현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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