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황 전망
이달 초 KT가 최저 2만9900원부터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이용하고 데이터 제공량을 선택할 수 있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달 중으로 비슷한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에 단기적으로 통신사 실적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통신주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다만 신규 요금제는 통신사에는 손실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TE 서비스 이후 통신은 ‘데이터’에 초점
우선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도입으로 통신 서비스의 효용은 과거에 비해 크게 커졌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중심의 통신기기로서 역할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 및 기타 서비스 플랫폼 이용 창구로서 스마트폰의 역할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스마트폰 이용 행태의 급격한 변화에는 통신 속도의 공헌이 컸다. 3G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2010년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대다수 이용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메시징 앱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게임, 지도 등의 앱을 다운로드(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LTE 서비스의 탄생으로 같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무척 많아졌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의 소비자 가치가 디바이스 자체로서의 기능과 미래의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에서 나왔다면 LTE 서비스 도입을 기점으로 소비자 가치의 무게 중심은 통신 속도라는 무형의 서비스로 옮겨 가고 있다.
광대역, 주파수 집적 등 기술 발전을 통한 사업자 간 속도 경쟁으로 통신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소비자 가치의 증가분은 무선 데이터 트래픽이라는 수치로 정량화돼 나타나고 있다. 통신사들도 이익원인 가입자당 평균 무선통신 매출액(ARPU)이 10년 넘게 3만50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LTE 가입자당 평균 트래픽은 2013년 1월 1.5GB에서 2015년 3월 말 3.4GB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음성통화 요금 비중이 없다고 가정하면, 데이터 이용량은 급증하는 데 반해 평균 요금은 거의 그대로인 까닭에 단위 데이터당 이용 요금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가입자들이 같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점점 더 많은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데이터당 이용요금 상승…통신사 긍정적
최근 들어선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고가 요금제 고객을 중심으로 요금제 업그레이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월 6만원대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출시되면서 가입자들의 데이터 소비량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LTE 서비스 보급 막?모바일에서도 빠른 통신 속도가 지원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와 콘텐츠 사업자들은 각각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커진 스마트폰과 보다 고화질의 동영상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데이터 소비량 증가를 가속화하고 있다.
LTE에서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의 실상을 파고들면 데이터 제공량이 확대된 데이터 종량 요금제로 향후 소비자들의 요금 인상이 가능하다. 이는 통신사에는 매출 성장 요인으로 기대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통신사업자에게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기존 6만1000원(순 완전무한61)에서 5만9900원으로 1100원 인하되긴 했지만 4만원 미만의 저가 요금제에서 데이터 제공량이 줄어들면서 사실상 단위 데이터당 이용 요금이 인상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무제한 음성통화의 유인 효과가 큰 가입자가 상당수 있겠지만 앞으로 데이터 중심의 이용 패턴에 편승하게 되면 데이터 한도가 부족하다고 느낄 날도 머지않았다. 가입자당 월평균 음성통화량(MOU)은 2010년 말 200분 내외에서 현재 180분 이하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카톡’ 등 메시징 앱의 보편화로 문자메시지 이용량도 급감하고 있다.
결국은 이미 기존의 LTE 최저 요금제에서 평균 이용량과 비슷한 수준의 음성통화량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음성통화 및 문자메시지의 제공한도를 무제한으로 높이는 것이 주는 효과와 이용량이 급증 추세인 데이터 제공량을 축소함으로써 단위 데이터당 이용 요금이 상승하는 효과 사이의 저울질이 핵심 사안이다. 이런 측면에서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미래를 대비해 후자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된다.
김영인 < KTB투자증권 연구원 yi.kim@kt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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