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번 이상 화장실 들락날락…빈뇨 방치하면 우울증 부른다

입력 2015-05-16 03:29   수정 2015-05-16 10:38

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과민성 방광 증후군

성인 25% 경험…대부분 40~50대…男 전립선비대증·女 요실금 동반

6개월 약물치료로 회복 가능…방광 훈련·식이조절 병행해야
만성땐 내시경으로 보톡스 시술

방광 자극하는 커피·흡연 피하고 물 덜 마시는 등 생활습관 교정도



[ 이준혁 기자 ]
지난해 퇴직한 강모씨(61)는 요즘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는 빈뇨(頻尿) 때문에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잠을 자다 소변을 참기 어려워 두세 번은 화장실을 가느라 잠을 설치기 일쑤다. 낮에는 빈뇨 증상이 더 잦다. 소변이 마렵다는 느낌이 시작되면 참기 어려워 길을 가다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 헤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화장실을 제때 찾지 못해 옷에다 ‘실수’를 하는 요실금이 나타날 때도 종종 있다. 실수가 잦아지자 요즘에는 외출할 때 아예 ‘성인용 패드’를 착용한다.

강씨가 앓고 있는 질환은 과민성 방광 증상이다. 방광근육의 수축이 비정상적으로 자주 발생해 나타나는 병이다. 건강한 사람은 방광에 400~500mL가량의 소변이 찰 때까지 크게 불편함이 없지만 과민성 방광 환자들은 방광에 적은 양의 소변만 차도 안절부절이다. 곧바로 화장실에 달려가야 한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과민성 방광 환자도 증가 추세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 중 25% 정도가 과민성 방광 증세를 겪는다. 특히 40~50대 중년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신경계 이상·비만·노화 등이 원인

과민성 방광의 원인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계 질환, 방광이나 요도의 국소적인 자극, 방광 출구 폐색(막힘), 노화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경계 질환 중에서는 뇌졸중, 뇌종양, 파킨슨병, 치매, 척수 손상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은 자궁이나 대장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경우, 출산 시 방광 주위의 신경이 손상됐을 때 과민성 방광이 생길 수 있다.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과민성 방광이 동반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소변줄기가 약하고 자주 끊어져 소변 보기가 힘들어지는 증상이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30% 정도는 소변을 참을 수 없는 과민성 방광 증상까지 보이게 된다. ‘복압성 요실금(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소변이 흘러나오는 것)’이 있는 경우에도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과민성 방광이 나타날 수 있다. 복압성 요실금이 있는 여성의 30~40%에게서 과민성 방광이 동반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 밖에 호르몬 결핍, 약물 부작용, 과도한 수분 섭취 및 배뇨량, 변비, 비만, 당뇨병 등이 과민성 방광 증상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우울증·업무 지장으로 치료받아야

김준철 부천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회장)는 “대다수 과민성 방광 환자는 수치심 때문에 병원을 찾기 전에 민간요법 식이요법 등으로 병을 다스리려 하는데 이는 잘못된 태도”라며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하면 과민성 방광이 오히려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비뇨기과 전문의와 상담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과민성 방광을 방치하면 하루에 화장실을 10여 차례 이상 가야 하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며 “생활과 업무에 불편함이 가중되면서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냄새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것은 물론 심하면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약물·행동치료 병행해야 효과

과민성 방광을 치료하는 방법 중 기본은 약물치료다. 현재 항콜린제(항무스카린제)가 과민성 방광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방광 배뇨근의 수축을 억제함으로써 방광을 안정시켜 압력을 내리고 소변의 저장 증상을 개선하는 작용을 한다. 초기에는 옥시부티닌이라는 항무스카린제가 쓰였으나 입 마름 등의 부작용으로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톨터로딘 솔리페나신 페소테로딘 등의 약물이 개발돼 과민성 방광 치료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의 효과는 복용 후 2주 안에 나타나지만 과민성 방광 증상을 개선하고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를 얻으려면 최소 6개월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 외에 행동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더 크다.

행동치료는 방광 훈련, 골반근육 운동, 식이조절, 체중 감량 등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 등을 포함한다.

仙?효과 없을 땐 보톡스로 치료

약물 및 행동치료 요법의 병행으로도 치료 효과가 불만족스러운 환자들이 있다. 이런 경우 보톡스 주사요법을 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20여년 전부터 활용됐지만 한국은 지난해 8월부터 허용돼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오승준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약물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는 사람에게는 보톡스치료를 권유하고 있다”며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넣은 뒤 방광 입구 20곳에 주사기로 보톡스 약물을 0.5㏄씩 주사하는 시술인데, 방광 내 감각이 둔해져 소변을 잘 참을 수 있게 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되는데, 보톡스 주사 후 보통 4주 정도 지나면 효과가 나타난다. 과민성 방광 환자의 70~80%는 보톡스 1회 치료를 통해 8~10개월 정도 효과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수는 “보톡스 1회 주사(10분 소요)에 보통 50만~60만원 정도의 치료비가 든다”며 “정부가 내년부터 보험을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3분의 1 정도로 치료비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톡스 주사를 맞은 사람 중 6%는 소변을 보기가 힘들어진다. 보톡스가 방광을 마비시키는데 제대로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주로 당뇨가 있거나 방광 수축력이 약한 사람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나며 이 경우 도뇨관 호스를 요도에 넣어 소변을 뽑아내는 과정을 2개월 정도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민성 방광 관리수칙

흔히 소변을 참으면 몸에 안 좋다고 하지만 과민성 방광 환자는 반대다. 이 교수는 “소변을 일단 한 ?참고 다시 마려우면 소변을 보러 가는 훈련을 꾸준히 하도록 권유한다”고 말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물을 많이 마셔야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과민성 방광 환자는 하루 1500㏄ 이내에서 수분 섭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보통 컵으로 하루 8잔 이내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는 “변비가 있으면 배에 힘을 주게 되고, 이때 방광 내 압력이 증가해 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평소 섬유질 섭취와 꾸준한 운동을 통해 장 기능을 조절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은 체중을 줄이면 방광이 받는 압력이 낮아져 과민성 방광 증상과 복압성 요실금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니코틴은 방광을 자극하고, 흡연으로 인한 기침 역시 요실금을 유발하기 때문에 과민성 방광 환자는 되도록 금연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준철 부천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 오승준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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