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격제한폭 30%로 확대…투자는 자기 책임이다

입력 2015-05-17 20:40  

내달 15일부터 주식시장 가격제한폭이 현행 ±15%에서 ±30%로 확대된다고 한다. 상·하한가 폭이 커지는 것은 1998년(12%→15%) 이후 17년 만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채권(ETN) 등이 대상이다. 새로운 게임의 룰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하루 주가 변동폭이 최대 60%에 달하게 돼 비이성적 폭등·폭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시장의 정보와 재료, 기업가치가 주가에 신속히 반영돼 가격기능이 효율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선진국 증시엔 없고 한국에만 있는 제도가 가격제한폭과 주식매매차익 비과세다. 미국 유럽 증시는 개별 종목 주가가 하루에 50% 이상 뛰거나 내릴 수도 있다. 한국보다 가격제한폭이 작은 국가는 대만(±7%) 중국(±10%)뿐이다. 그렇다고 선진국 증시가 한국 중국 증시보다 변동성이 큰 것도 아니다. 주가 변동의 리스크가 크면 클수록 매수·매도세력 간에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벌어져 오히려 과도한 급등락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 점에서 가격제한폭 확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다가선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가짜 백수오로 주가가 폭락한 내츄럴엔도텍과 같은 사례가 더 빠르고 강하게 재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개미 투자자’들이 일시적 호재만 보고 달려드는 ‘묻지마 투자’도 줄어들 것이다. 신용융자, 주식담보대출 등 돈을 빌려 투자하는 위험도 커진다. 작전세력이 상한가 잔량을 쌓아놓고 시세조종을 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다.

일각에선 기관 비중이 25%에 불과해 부작용을 우려한다. 그럴수록 정보에 취약한 개인들의 간접투자를 유도해야 마땅하다. 과거 가격제한폭 확대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호·악재 반영속도가 빨라지겠지만 주가는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에 수렴한다. 투자자들이 작전주 테마주 대신 기업 실적과 펀더멘털에 주목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리스크가 커져야 리스크를 의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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