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 경제의 복원력 상실을 우려한다

입력 2015-05-17 20:43  

복지·경제민주화에 발목 잡힌 경제
'사회적 경제'가 마지막 타격줄 것
자유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해야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



세 건의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입법 목적은 사회적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추진 체계를 구축해 공동체 구성원의 공동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 경제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한계를 사회적 경제로 보완해 빈곤과 양극화 해소, 사회 구성원 간의 협력과 연대 강화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법안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자활기업 등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으로 정의한다. 또 사회적 가치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공익적 가치를 지칭한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은 전체주의 늪에 빠져 되돌리기 어려운 가난한 나라로 전락할 것이다. 한국 경제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이름 아래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는 마당에 사회적 경제 기본법안이 발효되면 마지막 남은 회복 가능성마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사회적’이라는 용어가 난무하는 현상은 한국이 지향하는 자유 시장경제라는 사상적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치명적 징후다. 이 용어는 대규모 사회 질서의 운행 원리에 걸맞은 경제, 가치, 권리, 책임 등의 명사에 관형어로 접합돼 이들 명사가 표현하는 참된 의미를 왜곡한다. 하이에크의 표현에 따르면 ‘족제비 같은 말’이다. 족제비가 알의 내용물은 전부 빨아먹고 겉은 멀쩡하게 남겨두는 것과 같이 명사의 겉은 멀쩡한데 참된 의미의 내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겉은 시장경제인데 속은 텅 빈 것이 된다는 말이다.

사회적 가치 또한 정의(定義)될 수 없는 허구의 용어다. 정의(正義)로운 행위 준칙을 전제로 형성되는 자생적 사회 질서에서 특정 가치를 추구하는 주체는 개인일 뿐이다. 개인들은 자생적 질서 형성에 긴요한 행위 준칙을 공유하고 그 질서 안에서는 서로 비교할 수 없는 각자의 고유한 가치를 추구한다. 따라서 공동의 가치를 의미하려는 사회적 가치는 정의할 수 없다.

사회적 가치라는 이름 아래 공동의 가치를 설정하고 실현하려는 국가는 전체주의 국가다. 또 사회적 경제가 자유 시장경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언설(言說)은 한 경제 안에 서로 다른 두 체제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인데, 경제의 일관된 운행은 하나의 체제에서만 가능하며 풍요와 번영은 자유 시장경제에서만 가능하다.

법안이 제시하는 사회적 경제조직인 협동조합이나 자활기업 등이 자생적 질서 안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필요에 의해 형성된다면 결과적으로 공익에 기여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자생적 질서의 형성과 운행 원리에 배치되는 사회적 경제조직을 정부가 조직화하면, 이들은 반드시 나라 경제를 파괴하는 족제비 집단으로 전락한다.

빈곤과 양극화 문제도 다른 체제에 비해 자유 시장경제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더 잘 해결된다. 구성원들의 협력과 연대도 강화되고 각 개인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다. 나라 경제도 부흥하고 균형발전도 이룩된다. 국가 통제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로 이행한 베트남과 중국 등이 노동 분업을 통한 구성원 간 협동 증진으로 빈곤층의 삶과 불평등 문제가 개선되는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현재 부(富)의 수준에 걸맞지 않은 복지 지출과 경제민주화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더해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허구적 구호 아래 생산 활동마저 국가의 통제 하에 둔다면 나라 경제는 생산 감소와 지출 증대로 말미암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국민은 점증하는 북한의 군사 위협에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부국강병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는 강병에 힘쓰고 민간은 부국에 힘쓰는 것이 각자의 책무요 기능이며 합당한 분업이다. 계류 중인 사회적 경제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현실화된다면 한국 경제는 세월호처럼 복원력을 상실해 침몰하고 말 것이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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