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10년 주기론은 집값이 10년 단위로 상승과 조정을 반복한다는 내용이다. 중동 특수에 힘입은 1970년대 말, 저유가·저금리·저원화가치 등 3저(低) 효과를 등에 업은 198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 부동산 부양책이 쏟아진 2000년대 초 집값이 크게 오른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다시 등장한 ‘주택 10년 주기론’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시장 침체가 본격화하던 2000년대 말 이 주기론은 다시 거론됐다. 당시 크게 위축된 부동산시장이 되살아나길 기대하는 심리가 깔려 있었다. 지방 대도시에선 이 주기론이 적중했다. 2010년 부산에서 시작된 집값 반등이 이듬해부터 대구 광주 울산 등으로 번져 나갔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말 대비 지난달 말 아파트값 상승률(국민은행 조사)은 대구가 55%, 부산은 53%, 광주는 47%에 이른다. 수도권은 지난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2010~2013년 마이너스 또는 0%대를 기록한 집값 상승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데 이어 올 들어선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금융위기 뒤 분양물량이 줄면서 공급 초과 해소 과정을 거친 게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한동안 잊 賤낫?주택시장 10년 주기론 얘기를 다시 들은 건 부동산 디벨로퍼(개발사업자) 모임에서다. 2000년대 말과 달리 이번엔 걱정이 깔려 있었다. “10년 주기론으로 본다면 확장기 후반부로 접어들고 있고 1997년 외환위기에 이은 집값 급락,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 등을 감안할 때 몇 년 뒤 표현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있다”(김모 K건설 대표)는 것이다. 디벨로퍼들은 “그냥 감(感·느낌)”이라고 했지만 지난해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주택 분양물량을 우려했다.
디벨로퍼와 건설회사들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입주 폭탄’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2007년 높은 청약 경쟁률에 환호했던 이들은 2009~2010년 집값 하락으로 아파트 입주 포기자가 급증하자 상당수가 경영난에 빠졌고 적잖은 개발업체들이 파산했다. 디벨로퍼들이 분양보다 입주 결과에 촉각을 더 곤두세우는 이유다.
부동산업계의 화두는 이제 2~3년 뒤 입주물량으로 옮겨 가고 있다. 지난해 민간 아파트만 33만여가구가 공급된 데 이어 올해 분양물량은 40만여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동안 연간 사상 최대였던 2002년 35만여가구를 훌쩍 뛰어넘는다. 내년 분양물량도 올해 못지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건설회사들이 비(非)인기 지역으로 분류했던 택지까지 잇따라 사들이고 사업성이 떨어져 중단했던 개발사업도 연이어 재개하고 있어서다. 이들 아파트 완공 시점은 10년 주기론의 수축기 초반과 맞물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재와 악재 함께 보는 시각을
요즘 국내 부동산시장은 호황이다. 주택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신규 아파트 청약 1순 ?매진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분양단지엔 불법 분양권 거래까지 부추기는 이동식 중개업소인 속칭 ‘떴다방’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정부 부양정책과 저금리에 힘입은 유동성 장세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호황기 땐 호재만 만발한다. 악재는 묻힌다. 실수요자와 가치투자자라면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초저금리, 전셋값 상승, 정부 부양책 등 호재 반대편에 있는 주택담보대출 급증, 저성장, 금리인상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철수 건설부동산부장 kcsoo@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