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배우며 색다른 산행…둘레길, 외국인도 반했죠"

입력 2015-05-17 21:22  

서울둘레길 '오감'으로 느끼다 (5·끝)
시각으로 만나는 역사의 길 '용마·아차산 코스'

역사학자 신병주 건국대 교수, 외국인 유학생과 둘레길 체험
한강·도심 한눈에…연신 탄성…"다른 코스도 걸어보고 싶어요"

서울시 주최·한경 후원



[ 강경민 기자 ]
토요일인 지난 16일 오전 9시30분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1번 출구. 서울둘레길 아차산으로 진입하는 길목인 이곳에 세계 각국에서 온 유학생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국적도 다양했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등 국내 대학 어학당에서 교육받는 외국인 유학생이 ‘서울둘레길, 오감으로 느끼다’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157㎞ 순환형 코스인 서울둘레길의 매력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이번 행사는 서울시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했다. 지난달 17일 안양천을 시작으로 다섯 번째 열린 이날 행사의 주제는 ‘시각으로 만나는 역사의 길’. 서울시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서울의 역사가 살티壕Т?둘레길을 소개하고자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방송에 출연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역사학자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가 유학생과 함께 걸었다.

서울둘레길 용마산·아차산코스는 광나루역에서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묵동천을 지나 태릉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서울둘레길 8개 코스 중 한강과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와 전망이 가장 뛰어나다. 대부분 산행코스지만 북한산, 관악산에 비해 험하지 않다.

광나루역에서 20여분 걷다보니 아차산 입구에 도착했다. 해발 287m의 아차산은 대부분 돌산으로, 서울 광진구와 경기 구리시에 걸쳐 있다. 아차산은 삼국시대부터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고구려 백제 신라가 250여년 동안 각축을 벌인 전략적 요충지였다.

산 입구에서 경사가 완만한 돌길을 따라 30분여를 걸어가니 해맞이광장에 도착했다. 한강과 서울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에 유학생은 연신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강 건너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제2롯데월드 타워가 보였다.

신 교수는 “서울의 동쪽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해맞이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며 “주위를 둘러보면 아차산이 전략적 요충지였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길을 걷는 내내 신 교수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신 교수와 함께 동행한 건국대 대학원생 7명도 유학생에게 아차산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파키스탄에서 온 부부 유학생인 시드라 리아즈와 자히드 알리는 “도심 한가운데 이런 산이 있는 게 놀랍다”며 “앞으로 다른 서울둘레길 코스도 걸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쩜堅ㅐ恙【?다시 20여분을 걸어가니 정상에 있는 아차산 4보루에 도착했다. 신 교수는 “아차산엔 17개의 보루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금은 4개 보루만 남아 있다”고 했다. 4보루엔 삼국시대 유적인 온돌과 저수지가 남아 있다. 아차산 정상 보루에 서니 강동구와 구리시 등 서울 동쪽 지역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신 교수는 “아차산을 비롯한 서울 둘레길은 역사가 살아숨쉬는 현장”이라며 “외국인에게 이런 서울의 모습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서울둘레길, 오감으로 느끼다’ 행사에 대한 시민의 호응이 높아 연중 행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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