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수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17일 오후 2시37분
금호산업 매각을 추진 중인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과 개별 매각 협상에 들어가기로 최종 확정했다. 채권단은 박 회장과의 협상 무산에 대비해 금호산업을 재무구조개선약정(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킨 뒤 다른 곳에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52개 채권 주주협의회 소속 금융회사들에 박 회장과의 개별 협상 안건에 대한 동의 여부를 접수한 결과 이날까지 의결권의 75% 이상이 찬성 의사를 통지했다. 가결 요건인 75%를 충족함에 따라 박 회장과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개별 협상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사실상 확정됐다.
채권단은 삼일,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금호산업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다음달 중 최종 매각 가격을 정할 계획이다. 채권단이 8월 중 박 회장에게 가격을 통지하고, 박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면 11월 중 매각 작업이 끝난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평가 가격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박 회장과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등에 대비해 ‘워크아웃 선(先) 졸업-후(後) 매각’ 방안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워크아웃을 졸업하면 수주 등이 늘어나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채권단 지분 분할 매각이 가능해지는 등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채권단은 박 회장과의 협상이 원만하지 않을 경우 금호산업에 박 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공동대표이사를 파견할 계획도 갖고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채권단 측 이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선 졸업-후 매각’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워크아웃 졸업기업도 ‘의무 공개매수 규정’의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현행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 주식을 10인 이상으로부터 5% 이상 취득할 땐 모든 주주에게 매각 기회를 주는 의무 공개매수 방식을 따라야 한다. 워크아웃 기업은 예외가 인정되지만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매각절차를 밟으면 예비 인수자가 채권단 지분뿐 아니라 소액주주 지분까지 공개매수로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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