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촉진 효과도 있을 것
[ 박종필 기자 ] “지역구를 가진 여야 의원들이 표를 의식하다 보니 국가 재정을 생각하지 않고 재정 수요 입법을 남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정 규모의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국회 입법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의무적으로 협의하게 하고 세입에 대한 검증도 받도록 하는 페이고(pay-go·법안 제출 때 재원 조달 방안 의무화) 통합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여당 내 재정 전문가인 이만우 새누리당 국회의원(사진)은 ‘페이고 법안’ 1호 발의자다. 2012년 10월 의무 지출 또는 재정 수입 감소를 수반하는 법률안을 발의하고자 할 때는 이에 대한 대안 법안을 함께 제출토록 하는 국회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해 최초로 페이고 원칙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한국이 국가부채 규모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는 높은 편이 아니지만 부채 증가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며 “특히 다른 나라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재정 건전성 문제를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가 예산을 수반하는 법안에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는 관행이나 법안 발의 실적을 위한 ‘무더기 입법’ 행위를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을 페이고 법안의 장점으로 꼽았다.
페이고 원칙을 담은 이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은 2년7개월째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의원은 “정부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적자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페이고 원칙에 적극적인 입장이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사이 이한구,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 등이 국가 재정 절감을 목표로 한 유사 법안을 5건 더 내놓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이 의원은 “법안이 3년 가까이 계류되면서 정말 답답했다”며 “저출산 고령화와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등이 문제가 되면서 건전 재정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제 다시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제출된 5개 비슷한 법안을 통합한 페이고법 단일안을 만들어 이르면 이달 안에라도 발의해 6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6월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면 9월 정기국회 처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예산법률주의(지출 예산도 법률에 근거하도록 의무화하는 것)가 제도화돼 있지 않은 만큼 운영위원회와 협의해 국회법 일부 개정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페이고 원칙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의원 입법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지역구를 가진 여야 의원들이 재정 수요를 남발한 법안을 내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입법권 제한이라는 조금의 제약은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미국도 페이고 원칙을 제도화한 뒤 재정 건전성이 상당히 좋아졌다”며 “재정 건전성 복원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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