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군 포격 민간인 사망 국가 책임" 첫 판결

입력 2015-05-18 07:46  

한국 전쟁 때 우리 군 요청으로 미군이 가한 포격에 사망한 민간인을 국가가 책임지고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18일 서울고법 민사30부(이진만 부장판사)는 한국전쟁에서 미 해군의 함포 사격으로 숨진 방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488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방씨는 1950년 9월 경북 포항의 송골 해변에서 미 해군 '헤이븐호'의 포탄에 맞아 숨졌다.

2010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조사하고 나서 '피란민 중 북한군이 섞여 있다'는 육군 정보에 따라 헤이븐호가 함포 사격을 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포격 명령을 미국 육군이 내렸는지, 국군이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 보고서를 토대로 방씨 유족이 낸 소송에서 1심은 사격 명령을 내리고 실제 사격을 한 주체를 모두 미군으로 보고 한국 정부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당시 미 해군이 포격을 개시한 것은 피고 소속 군인(국군)이 '피란민 가운데 북한군이 섞여 있으므로 포격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는 이 포격을 요청함에 있어 중대한 과실로 숨진 방씨 등의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등을 침해했다"고 밝慧? 그동안 미국 포격이나 폭격으로 사망한 민간인 희생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한국 정부가 관여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경우가 많았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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