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법무법인 세종과 태평양이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투자자국가소송(ISD)에서 창과 방패로 맞붙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열린 이 사건 첫 심리에서다. 세종은 론스타를, 태평양은 한국 정부를 대리해 현지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앞서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지분 매각을 늦게 승인하고 부당하게 세금을 매겨 손해를 봤다”며 2012년 ICSID에 46억7000만달러(약 5조1000억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ISD를 신청했다.
론스타는 이번 사건에서 미국 로펌 시들리 오스틴을, 한국 정부는 아널드 앤드 포터를 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세종과 태평양은 보조 대리인으로서 한국법 자문 등을 하며 이들 로펌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세종과 태평양은 이번 ISD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ISD는 민간 투자자와 주권국가 정부 간 중재 판정이기 때문에 각 로펌에서도 국제중재팀을 중심으로 TFT를 운영하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팀 변호사도 참여한다. 팀 규모와 참여 인원은 심리 진행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세종에서는 김범수 변호사가, 태평양에서는 김갑유 변호사가 이번 사건을 지휘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국내 로펌에서 국제중재를 꾸준히 다뤄온 대표적인 전문 변호사다. 김범수 변호사는 대한상사중재원(KCAB), 일본상사중재협회(JCAA), 말레이시아국제중재센터 등에서 중재인(재판에서의 판사와 비슷)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갑유 변호사도 KCAB,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등에서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이 올라간 ICSID 중재인으로도 등재돼 있다. 국제중재 기구의 중재인으로 많이 등재돼 있다는 건 이 분야 전문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두 변호사는 개인적인 인연도 깊다. 사법연수원 17기 동기며 서울대 법대 동문이기도 하다. 김범수 변호사(82학번)가 김갑유 변호사(81학번)의 학교 1년 후배다.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시절에도 두 변호사가 자주 어울려 다닌 것으로 기억한다”며 “세계 무대에서 맞붙게 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사건 경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 이번 사건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변호사 A씨는 “외환은행 지분 매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안을 이유로 매각 승인을 미루면 투자자가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치(官治) 관행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B씨는 “외환위기 때 매물을 헐값에 인수하고 나갈 때 큰 돈을 벌었으면 주권국가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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