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원유개발사업, 유가 급락 '직격탄'

입력 2015-05-19 21:54   수정 2015-05-21 17:00

로열더치셸 등 26개 사업장, 1000억弗 규모 투자 중단

오일샌드 등 생산비 비싸…유가 60弗 넘어야 채산성



[ 박종서 기자 ]
원유가격이 지난 1년 새 40% 이상 하락하면서 세계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원유개발사업을 잇따라 축소, 또는 포기하고 있다. 19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에너지컨설팅회사 리스타드에너지와 함께 로열더치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코노코필립스 등 20개 글로벌 에너지 개발업체를 조사,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 들어 26개 대형 사업장에서 1080억달러(약 117조5148억원)가량의 투자가 미뤄지거나 중단됐다.

오일샌드 심해오일 생산 ‘직격탄’

지난해 6월 배럴당 107달러까지 치솟았던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19일 현재 66.15달러까지 하락했다. 오일샌드와 심해오일 등 생산비가 비싼 원유 개발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 원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넘어야 한다.

투자 위축이 가장 두드러진 나라는 캐나다다. 캐나다에서는 100억달러 규모의 오일샌드 개발사업을 포함해 10개 사업장에서 예정됐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캐나다 캘거리에 獵?센노보에너지는 18억달러 규모의 오일샌드 개발사업을 포기했다. 하루 13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사업이다. 센노보에너지는 “유가 하락세가 워낙 공고해 더 이상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에서도 심해오일 유전 두 곳을 포함, 모두 세 곳의 사업이 중단됐다.

FT는 이번 조사가 20개 주요 기업의 매장량 500만배럴 이상 사업장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전체 원유개발 투자 취소 규모는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스탠리는 120개 에너지 기업의 올해 투자 동향을 분석, “올해 실제 투자 규모는 계획했던 5200억달러에서 25% 정도 줄어든 389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최근 원유시장을 보면 198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량을 대폭 늘려 유가를 떨어뜨리고 미국 주요 석유업체가 줄줄이 도산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수급 불안으로 유가 상승 가능성”

유전개발 투자가 줄어들면서 유가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공급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모건스탠리는 “지금과 같은 투자 축소가 이어진다면 2017년에는 WTI가 배럴당 8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66.27달러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2020년에는 55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주요 산유국이 석유 공급을 줄이지 않는 데다 원유 수요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달 초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2025년 유가가 76달러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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