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12명·한양대 219명
정·재계부터 해외 명사까지…대학 '새 동문 만들기' 활발
학위 받은 뒤 거액 기부금…대학, 네트워크 효과 '톡톡'
[ 윤희은 / 마지혜 / 오형주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 이화여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가 남성에게 여성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은 처음이다. 반 총장은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게 돼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이제 반 총장은 이화여대 동문이 됐다”고 말했다.
각 대학은 명예박사 학위를 대학의 네트워크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거액의 기부금은 ‘덤’이다. 학위 수여 대상이 국내외 명망가와 기업가에 집중된 것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새로운 동문을 확보하는 네트워크 구축 효과가 크다”며 “기부금이라는 경제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대학이 명예박사 학위 수여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한양대 219명으로 가장 많아
국내 최초 명예박사의 주인공은 1948년 서울대에서 학위를 받은 더글러스 맥아더 미국 원수다. 서울대는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 반 총장, 이건희 삼성 회장 등 112명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이 가운데 아웅산 수치 미얀마 민족민주동맹 사무총장 등 외국인이 100명에 달했다. 내국인은 12명에 불과했다.
주요 대학 중 가장 많은 ‘명예박사 동문’을 보유한 곳은 한양대로 219명이다.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 등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이화여대는 1952년부터 108명에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는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어서린 커즌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등 여성 인사가 대다수였다.
최근 5년 동안 주요 대학의 명예박사 수여자는 2~9명이었다. 고려대(9명)와 한양대(8명)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5명 이상의 명예박사를 배출했다. 같은 기간 서울대는 4명, 연세대는 6명에게 각각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고 중앙대, 이화여대, 숙명여대는 2명씩이었다.
○명예박사 받은 인사들 기부금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 중 상당수는 학위 수여를 전후해 대학에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기부를 했다. 지난해 서울대에서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대표적이다. 2012년 서울대 새 도서관 건립사업에 600억원을 쾌척해 올해 2월 그의 호를 딴 관정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일본 메이지대를 졸업했다.
지난 11일 연세대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100억원을 들여 이 대학에 공연장인 ‘금호아트홀’을 착공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2008년 6월부터 총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연세대에서 명예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같은 해 연세대 송도캠퍼스에 친환경 오피스빌딩인 ‘포스코 그린빌딩’을 지었다. 이를 위해 포스코가 200억원을 쾌척했다.
고려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민남규 자강산업 회장과 이병만 경농 회장 역시 각각 50억원을 기부했다. 2013년 고려대에서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수동 STG 회장도 지난해 100만달러를 기부금으로 내놨다.
성균관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정호 화신 회장, 박상조 고원물산 회장도 각각 50억원과 10억원을 기부했고, 서강대 명예박사가 된 신영균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명예회장은 영화 촬영장인 ‘신영균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조건으로 10억원을 기부했다.
윤희은/마지혜/오형주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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