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4, G세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마지막 왕손
아날로그를 향한 향수…또다른 자존심, G플렉스 이식
G세대 넘는 '초 프리미엄'에 플래그십 지위 계승
# '[리뷰+] LG G4…G 오마주 그리고 초(超) 프리미엄의 대관식 <상>'에서 이어집니다. 감사합니다.
[ 김민성 기자 ] G4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업계 최초로 천연가죽 소재를 정교하게 덧댄 후면 커버에는 브랜드 이니셜 'G'가 선명히 새겨져있다.
G. G는 LG전자의 자긍심이다. 전사 역량이 총집결한 기술력 그 자체다. 특히 G3는 LG전자의 스마트폰 개발 역사에 변곡점을 찍은 효자다. 역대 최다인 전세계 170여개 통신사 출시, 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 텐 밀리언셀러(1000만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LG전자는 그 여세로 지난해 사상최대인 5910만대 스마트폰을 판매했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점유율 3위로 당당히 다시 올라섰다.
득점이 간절했던 LG에 G3는 주자 일소 홈런을 선사했다. 신생 중국 업체에 뒤쳐질만큼 추락하던 LG가 멀찌감치 앞서가던 삼성전자 애플 등 유수의 경쟁사를 재추격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어깨가 무거운 G4의 출사표는 '위대함을 보라, 위대함을 느껴라(See the Great, Feel the Great)'다. G4를 2주 넘게 써보면서 깨닫게 된 그 위대함의 실체는 G세대의 찬란한 유산이었다. 화질과 카메라, 아날로그, 플렉스 등 LG 프리미엄을 풍미했던 G세대의 장점을 총집대성한 것이었다.
왜 G4는 미래가 아닌 과거의 정점에 서야 했을까. 그리고 과거에 대한 감사와 오마주로 느껴질까. LG전자를 대표해온 프리미엄폰 G시리즈는 이제 왕위 계승을 준비 중이다. G세대를 뛰어넘는 초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하반기에 모습을 드러낸다.
G세대의 마지막 왕손, G4를 알현(謁見)해봤다.
#3. 아날로그를 향한 향수
LG전자가 스마트폰에 가죽을 입혔을 때 "철 지난 가죽과 혁신의 대명사인 스마트폰은 맞지 않다"와 우려가 높았다. 금속 재질의 세련된 감성이 스마트폰 시장 대세이기 때문이다. 자칫 가죽이 신제품의 새로움을 반감시킬 수 있었다.
G4 실물을 손에 쥐어보면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다.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에 그립감도 살아있었다. 후면 커버를 뜯어보면 플라스틱 케이스에 얇은 천연 가죽을 정교하게 덧댔다. 가죽 본연의 질감을 살리면서도 견고했다.
LG전자는 경쟁사 스마트폰들은 금속 소재를 사용해 차가울 뿐만 아니라 배터리 일체형 디자인을 채택해 천편일률적이라고 깎아내렸다. 가죽은 체온을 더 오래 보관하기 때문에 더 따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쓰면 쓸수록 가죽은 고유의 멋스러움이 살아난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가죽은 그 사용자만의 개성이기도 하다.
천연가죽 후면커버는 제작 기간만 12주가 걸리는 까다로운 공정을 요한다. 최상급 품질의 풀 그레인(Full grain) 가죽을 자연 친화적인 배지터블 태닝(Vegetable Tanning) 방식으로 가공했다. 그 만큼 손이 많이가고, 제작단가도 올라갈 수 밖에 없다.
LG전자는 우직해서 둔해 보이기도 한다. LG전자는 그 우직함 혹은 둔함을 '고객 존종의 철학'과 '장인 정신의 기술'이라고 바꿔 설명한다. LG는 유독 이 단어들을 좋아한다. 이를 품질과 신뢰라고 풀이하기 때문이다.
이는 LG그룹 창업주인 연암(蓮庵) 구인회 회장의 품질 최우선 철학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품질'과 '고객 신뢰'로 요약된다. 구 창업회장은 1947년 LG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한 뒤 화장품 '럭키크림'으로 히트를 치며 그룹 발판을 세웠다. 그는 유독 불량품에 불같이 화를 냈다. 하찮은 불량 화장품 용기 선별까지 직접 한 이유는 이랬다.
"보래이, 가령 100개 가운데 1개만 불량품이 섞여있다면 다른 99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1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그들은 와 모르나."
구 창업회장의 이 같은 품질 철학은 현재 전세계 80여개 LG전자 판매·생산국가 언어로 번역, 전파됐다. 국내 공장 곳곳에는 "제대로 만들자(Do it right)"는 슬로건이 빼곡하다. 아날로그적장인 정신으로 품질을 지켜야 디지털 고객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4. 또다른 자존심, G플렉스
G플렉스는 LG의 또다른 자존심이다.지난 2013년 11월 세계 최초 상하 곡면(커브드) 스마트폰으로 공개됐다. 올초 나온 G플렉스2까지 판매량은 많지 않지만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과시하는 혁신형 제품이기 때문이다. 웨어러블(입는) 수준은 아니지만 LG전자만의 차세대 플렉서블 기술의 원형을 스마트폰에 처음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세계 최대 크기의 스마트폰용 커브드 디스플레이 및 LG화학이 개발한 세계 최초 커브드 배터리 등 전사적 기술도 결집됐다.
G4는 상하로 굽은 G플렉스의 '슬림 아크(Slim Arc)' 유산을 이어받았다. 화면이 사용자 얼굴 측면에 맞게 휘어져 편안한 그립감을 제공할 뿐 아니라 탄성이 높아 일반 평면 스마트폰보다 충격에 20% 이상 강하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신규 라인에도 프리미엄 기능을 대거 이식해왔다. 그 주요 특징이 G플렉스의 곡면(커브드) 이식이다. 마그나와 스피릿은 보급형이지만 처음으로 3000R 곡률을 적용했다.
이른바 프리미엄의 보급화 전략. 조준호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장(사장)은 "무한 경쟁의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만으로 더이상 소비자 매료시킬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곶감 빼먹 듯 프리미엄 특화기능을 물려줄 수록 프미리엄의 위상은 힘을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하방 전개 전략이 자칫 자사 프리미엄-보급형끼리 싸우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G4 사양 출시 전 몽땅 유출됐을 때 디자인이나 핵심 기능이 G3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부정적 반응까지 더해지면서 LG가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았다.
#5. 오마주 그리고 초 프리미엄의 대관식
그러나 현재 LG전자에 더 중요한건 '초(超) 프리미엄'이다. 지금의 프리미엄을 뛰어넘는 초 프리미엄의 가치. 호평받은 기존 기술은 하위 모델로 확산하고, 최신 프리미엄은 더욱 차별화한 사용성을 제공해야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G4는 LG 최고 스마트폰 라인업이던 G시리즈의 마지막 왕손이다. 그리고 이제 모든 관심은 LG전자가 올 하반기 G4를 뛰어넘을 최상위 프리미엄 이른바 'G 슈퍼폰(가칭)'에 쏠려 있다. 아직 이 슈퍼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LG전자는 그간 자사를 대표해온 프리미엄 G시리즈를 뛰어넘는 이른바 초 프리미엄 폰이라고만 소개했다.
최근 초 프리미엄에 대한 단서가 하 ?더 확인됐다. 구본무 LG 회장이 전사 주력 제품에 프리미엄을 뛰어넘는 '초 프리미엄' 디자인을 입히라고 주문했다. 회장이 직접 나서 LG를 대표하는 플래그십보다 더 상위 제품을 반드시 탄생시켜야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야 살아남고,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었다.
초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그래서 대단히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LG전자는 이제 과거가 아닌 미래의 혁신으로 나아가야한다. 그 혁신은 LG를 다시 일으켜세운 G와는 차원이 또 다른 새로움이어야 한다.
하반기 최상위 스마트폰 모델이 등장하면 G4 혹은 G5도 LG 보급형으로 내려앉는다. G4가 과거의 정점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G4는 이제 다음 세대에 프리미엄의 왕위를 물려줘야 한다. G4의 진화가 눈부신 혁신이 될 수 없었던 한계이고, 정체성이다.
초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G세대를 넘는 인기를 끈다면 G4의 존재가치는 언젠가 재조명받을 것이다. 아니 G세대 전체의 업적이 재평가받을 것이다. LG전자의 현재 G4 숨고르기는 그래서 비장하기까지 하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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