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특별대담
독일도 노사정委 있었지만 합의 실패로 시간만 낭비
獨 노동·연금개혁 효과는
경제성장률 EU의 2배 넘어…"메르켈은 나의 개혁 수혜자"
[ 김순신/정인설 기자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한국이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선 ‘위로부터의 개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21일 서울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독일 아젠다 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 대담에서 “독일도 노동시장 개혁 이전에 한국의 노사정위원회 같은 단체를 통해 합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며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당성 있는 정부가 중심이 돼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 잃을 각오로 개혁에 나서야
슈뢰더 전 총리는 “개혁을 위해선 정 ÷琯湧?초당적인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의 시행과 효과에 시차가 있다보니 정치인들은 정치적 반대가 따르는 개혁을 추진하길 꺼린다”며 “정권을 잃더라도 국익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2004년 조세 사회 노동시장에 대한 포괄적 개혁 프로그램인 ‘아젠다 2010’을 수행한 뒤 2005년 총리직 연임에 실패했다. 그는 “나는 연임에 실패했지만 개혁 성과가 나중에 나타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수혜를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2000년대 초 ‘유럽 경제의 병자’라고 불리던 독일 경제가 살아난 것은 슈뢰더 총리가 추진했던 개혁 정책이 바탕이 됐다”며 “사회민주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독일을 살리기 위해 사회주의를 버린다고 강조한 슈뢰더 총리의 정신은 한국 정치인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구체적 노동시장 개혁 방법론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슈뢰더 전 총리는 “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조와 회사 측 의견을 충분히 듣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개혁의 최종 결정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부가 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민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노사정위원회에선 사측과 노조가 서로 대립하고 정부에게는 요구만 할 뿐이었다”며 “독일의 경우 1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하르츠위원회에서 개혁안을 만들고 정부와 의회가 이를 입법화해 개혁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 청년실업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가 너무 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데서 발생한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개혁으로 독일 부활 이끌어
슈뢰더 전 총리는 총리로 재직하면서 노동시장, 조세, 연금제도 등을 개혁해 독일 경제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추진한 아젠다 2010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정부가 채택한 최대 규모의 개혁 프로그램으로 일컬어진다. 우선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 소득세율을 대폭 인하했다.
더불어 노동자의 해고 제한 규정을 완화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유도했다. 실업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추천된 일자리를 거부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하르츠Ⅳ법’도 도입했다. 사회복지제도도 대폭 고쳐 퇴직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7년 늦춘 67세로 올렸다. 의료보험제도는 본인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손질했다.
개혁을 시작한 뒤 2~3년이 지난 2006년부터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다. 2000~2004년 독일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1.0%로 유럽연합(EU) 평균 성장률(2.2%)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았다. 하지만 2000~2014년 연평균 성장률(2.0%)은 EU 평균 성장률(0.8%)보다 1%포인트 이상 높았다. 고용시장 역시 개선됐다.
2003년 64.5%까지 하락했던 15~64세 고용률은 2013년에는 73.3%까지 상승했다. 15~24세 청년실업률은 2005년 15.2%로 정점에 달했으나 2006년부터 하락해 2013년에는 7.9%까지 낮아졌다. 반면 EU의 청년실업률은 2008년 이후 상승해 2013년 22.8%에 달했다.
김순신/정인설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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