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투자규제 완화대상 野의원 반대로 처리 못해
지분정리 시한 임박
컨소시엄 형태 SOC기업 지분 팔고 싶어도 못 팔아
[ 황정수 기자 ]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지분을 전부 팔아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8조2항은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적된다. 두산건설이 공정거래법 18조를 위반해 검찰에 고발당할 위기에 처한 근본적 원인도 이 규제 때문이다. CJ·SK그룹 등 증손회사를 보유한 국내 대기업집단도 공정거래법 8조2항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분 처분 임박한 기업들 긴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표적인 곳은 CJ그룹이다. CJ그룹은 2012년 초 CJ대한통운을 인수해 손자회사로 뒀다. CJ대한통운은 10개 자회사(지주사의 증손회사)를 두고 있다. 이 중 100% 지분을 보유한 곳은 인천컨테이너터미널과 이엔씨인프라 등 두 곳뿐이다. CJ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유 묽銖記?올해 말이다. CJ대한통운은 자회사와의 계열관계를 정리하거나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SK그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SK의 손자회사 SK플래닛은 지분 64.5%를 보유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를 오는 9월 말까지 팔든지 지분율 100%를 달성해야 한다.
◆두산건설 “지분매각 실패”
두산 CJ SK 등 대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을 일부러 위반한 건 아니라고 호소한다. 증손회사가 대부분 다수의 주주로 구성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회사라서 지분을 팔거나 사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두산건설은 규제에서 벗어나고자 지분 42.86%를 보유한 지하철 신분당선 운영업체 네오트랜스 지분을 모두 사들이려고 계획했다. 그러나 건설업황 부진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600억원으로 추정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두 차례 지분 매각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대우건설 등 나머지 지분을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나 컨소시엄 업체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SOC 투자회사의 복잡한 지분 구조와 계약관계 때문에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두산건설은 네오트랜스 최대주주로서 중대한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보니 검찰 고발을 당하게 됐다.
CJ대한통운도 마찬가지다. CJ대한통운의 10개 자회사 중 부두·항만 물류업체는 인천남항부두운영 등 6곳이다. 지역 항만공사들은 보통 부두운영업체를 선정할 때 특정 업체에 지분을 몰아주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전에 계약하고 컨소시엄 형태로 부두운영 입찰에 참여하다보니 지분관계를 정리하는 게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자회사인 부두·항만 물류업체 6곳 중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 인천컨테이너터미널밖에 없다.
◆야당이 규제 완화 막아
정부와 여당도 증손회사 규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당정은 작년 11월 증손회사 규제를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표적인 개선 과제’로 선정해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의무보유 지분율을 50%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이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올라 있다. 통과가 안 되는 것은 김기식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지난 4월 열린 임시국회에서 공정위 관계자가 “투자활성화와 사업 필요성 때문에 증손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곳들이 있다”고 말하자 김 의원은 “공정위가 왜 경제활성화를 고민하느냐. (기업들이 증손회사에) 100% 투자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면박을 줬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지주회사 체제의 목적은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만들어 리스크를 줄여가며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분율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경영전략인데도 100% 보유를 강제하는 바람에 기업의 투자만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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