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내가 있다' 출간
[ 박상익 기자 ] 5월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날이란 뜻을 지녔다. 전윤호 시인의 나에겐 아내가 있다(세종서적)는 그동안 시인이 지은 시 중 아내를 주제로 한 시를 골라 담은 책이다. 아내를 위해 쓴 시 53편마다 애틋한 마음이 담긴 에세이를 덧붙였다.
‘잠든 아내를 바라본다/가슴 위에 가지런한/가는 손목을 잡아본다/종일 몸살이 났다더니/먼저 누웠다/새벽 내 출근시간에 맞춰 놓은 사발시계가/그녀의 부장품이다.’(‘한밤 혼자 깨어_도굴범’ 중)
시인은 자신보다 한 살 많지만 대학에 늦게 입학한 후배와 결혼했다. 시인은 아내를 두고 “대학원에 진학해 한일고대사를 전공하겠다는 야심만만한 처녀였지만 결국 내 손에 걸려 가난한 부부가 되고 말았다”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낸다.
문학을 한다는 이유로 가정 형편에 신경을 쓰지 못했을 때 시인의 아내는 묵묵히 살림을 꾸렸다. 쉰이 넘은 지금도 학습지 방문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때문에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시 곳곳에 묻어난다. “아내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날 선택했는지 딱하기도 하다”며 “아내는 몸이 고생스럽고 난 마음이 불편하다”고 털어놓는다.
첫 시집 표제작이기도 한 ‘이제 아내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한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 사이에도 때로는 긴장감이 흐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삿짐을 싸는 데 익숙해진 그녀는/내가 없어도/쉽게 떠날 준비를 끝낸다/내 몫으로 남겨진 가구나 이불들은/너무 낡거나 무거워서/버리고 가도 괜찮은 것들이다’ (‘이제 아내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중)
그는 “아내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닐까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도 있지만 그럴 때 아내가 더 아름다워 보인다”며 “그럴수록 먼저 다가가 곰살맞게 굴어야 한다”는 지혜를 알려준다.
시인은 “더 늦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하기로 했다”며 책을 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책을 통해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대신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시인의 말이 쑥스러운 듯하면서도 진솔하게 다가온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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