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등기이전 해도 배상 의무 변함 없다"

입력 2015-05-21 21:39   수정 2015-05-22 05:06

대법, 채권자 구제 길 열어


[ 양병훈 기자 ] 채무자가 자산 등기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 채권자가 돈을 못 받게 만들 수 있는 허점을 개선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1일 신용보증기금이 정모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사해행위(빚을 안 갚기 위해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 취소 소송에서 정씨 측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02년 A건설사는 신보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5억원을 대출했으나 갚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 당시 연대보증을 섰던 이 회사 대표는 빚이 9000여만원 남은 상태에서 마지막 자산인 빌딩을 정씨 등에게 매각했다. 빌딩을 가등기(본등기를 하기 전에 순위보전을 위해서 하는 예비등기)한 정씨 측은 다시 곽모씨 등에게 빌딩을 넘겼고 곽씨 측은 가등기를 넘겨받은 데 이어 본등기까지 마쳤다. 이에 신보는 중간 수익자인 정씨 등을 상대로 “돈을 마저 갚으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신보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또다시 넘겨받은 사람인 곽씨가 이미 본등기까지 마쳤다면 정씨 측은 돈을 갚을 의무가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를 다시 신보 승소 취지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익자(정씨)는 가등기 및 본등기 이전으로 발생한 채권자의 담보 부족에 대해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며 정씨 등에게 배상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현 판례상으로는 전득자(곽씨)가 부기등기를 마쳤으면 수익자(정씨)에게는 배상의무가 없었다. 특히 전득자가 자신의 행동이 사해행위인 줄 몰랐을 때 채권자로서는 아예 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종전 판례를 변경해 전득자가 본등기까지 마쳤다고 할지라도 수익자에게 배상 의무가 있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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