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1명이 겪는 코골이 증상…너무 흔해서 질병으로 인식 안해
10초 이상 호흡 끊기며 수면 방해…뇌로 가는 산소 차단 집중력 저하
만성기관지염 1.7배 높게 발병
콧속 뼈 절제수술, 하루면 퇴원…베개 낮추고 옆으로 자도 효과
[ 이준혁 기자 ] 봄은 코골이 환자에게 가장 피곤한 계절이다. 건조한 탓에 코가 막히는 경우가 많아 평소 코골이가 있는 사람은 증상이 심해진다. 코골이가 없던 사람들도 코골이를 앓는 사례가 많아진다. 코를 골면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 낮에 졸음이 찾아온다. 코를 골아 호흡 곤란이 심해지면 심장마비, 뇌졸중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평소 코를 고는 습관이 있다면 빨리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10초 이상 숨막힘’ 반복되면 위험
한국에서 습관적으로 코를 고는 사람은 대략 1000만명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코를 고는 셈이다. 하지만 코골이 》搔?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 2014년 한 해 3만6231명에 불과했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는 “코골이가 너무 흔하다 보니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굉장히 부족하다”며 “코골이가 남에게 소음 피해를 끼친다고 생각할 뿐 코골이 자체를 심각한 건강문제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심각한 코골이라는 진단을 받고도 치료받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이런 사람들은 나중에 뇌졸중·심장질환 등을 겪고 난 뒤에야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설명했다.
코를 곤다는 것은 대부분 코로 숨쉬는 숨길 어딘가가 좁아졌거나 막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숨길이 막히면 우리 몸에 산소가 적어지면서 온갖 건강 문제가 야기된다. 코를 고는 사람 10명 중 9명은 코골이 때문에 몸에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한 원장은 “호흡이나 산소포화도, 뇌파에 이상이 없는 단순 코골이는 전체 코골이의 10% 미만”이라며 “나머지는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면무호흡증 유발
코골이는 넓은 의미에서 수면무호흡증의 한 증상이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호흡 정지 유무에 따라 구분한다. 단순한 코골이는 기도가 부분적으로 막히면서 호흡 시 공기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기도 진동이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수면무호흡증은 좁아진 정도가 심해 기도가 완전히 막히고 10초 이상 호흡이 끊어진다.
코골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내버려두면 심각한 문 ┛?발생할 수 있다. 먼저 무호흡증으로 수면이 방해되면 집중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평소 코골이가 심한 중년 남성 중에는 수면 부족으로 발기부전이나 성욕 감퇴, 난청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잦다.
코를 자주 고는 사람은 만성기관지염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철 교수팀은 40~69세 성인 4000여명을 대상으로 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1주일에 6일 이상 코를 고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만성기관지염 발생 확률이 1.7배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절제수술, 하루 만에 퇴원
코골이가 심한 수면무호흡증 환자인지를 알려면 같이 자는 사람이 하루 이틀 밤 지켜보거나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면다원검사는 코골이 정도와 뇌파, 안구운동, 혈압, 자는 모습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분석하는 검사다.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 코골이로 진단되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치료에는 구강 내 장치를 입안에 끼우는 치료,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기도에 공기를 넣는 양압치료, 수면 체위교정, 목젖이나 입천장을 잘라내는 수술 등이 있다.
수술은 콧속 공기 통로를 넓혀주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콧속 좌우를 나누는 뼈인 비중격의 일부를 잘라내는 비중격성형술을 하거나 코 안 양쪽 옆벽에 있는 조개 모양의 뼈인 하비갑개(下鼻甲介)의 늘어진 살을 잘라내는 하비갑개 점막하절제술이 대표적이다.
목젖과 입천장이 늘어져 목구멍이 좁아진 경우라면 코블레이터 수술을 한다. 코블레이터라는 고주파 기계로 코 뒤나 목젖, 입천장 부위의 커진 점막을 줄이거나 절제하는 방법이다. 이 수술은 호흡기 주변부의 손상과 출혈, 陸塚?적다. 입원에서 퇴원까지 하루 정도면 된다.
베개 낮추고 옆으로 누워 자면 도움
주형로 하나이비인후과 부원장은 “코골이가 심한 사람은 비만에다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로 구조적인 원인을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에 의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치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코 고는 소리가 너무 심하다면 코 고는 사람의 베개를 낮게 하거나 옆으로 돌아눕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팔과 다리를 대(大)자로 뻗고 자면 혀가 처지고 목구멍 안이 좁아져 코를 골기 쉽다. 예컨대 똑바로 누워서 자면 중력에 의해 혀가 뒤로 밀리고 목구멍이 더 좁아지는데, 옆으로 눕게 하면 기도가 확보돼 코골이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두껍고 높은 베개는 목을 꺾어 목구멍을 좁히기 때문에 되도록 낮은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주 부원장은 “만약 비만이 코골이의 원인이라면 살을 빼는 것이 급선무지, 무조건 수술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주변 사람의 코골이가 수면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휴지나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다. 억지로 막으면 수면 중 호흡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소리를 지르거나 흔들어 깨우는 것도 좋지 않다. 이 경우 코를 고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아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진다.
도움말=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 주형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부원장,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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