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선진국서 배운다] 민간임대·리모델링 통해 공급 확대…'경기부양+주거안정' 노려

입력 2015-05-24 22:31  

(1) 선진국, 다시 임대주택 늘린다

유럽, 1980~1990년대 임대주택 공급 줄였지만 금융위기 후 다시 늘려
미국 공공임대주택 비중 1%
지난해 주택신탁기금 설립, 지원금 80% 임대주택 투자
전체 45% 임대주택인 홍콩
중국 투자자 부동산 유입에 임대주택 공급 더 늘려



[ 이현진 / 김동현 기자 ]
지난 3월 중순 벨기에 브뤼셀 인근 겐트 지역의 ‘필립스 반 클리프랑’ 임대주택 리모델링 공사 현장. 골조만 남은 20층 아파트 주위로 덤프 트럭과 인부들이 오가며 자재를 옮기고 있었다. 지은 지 40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지역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파스칼 데커 겐트대 건축학과 교수는 “벨기에는 지난해부터 지은 지 오래된 임대주택 단지의 리모델링 사업에 들어갔다”며 “임대주택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서민층 주거 안정뿐만 아니라 침체된 내수경기의 활성화, 도시 재생, 일자리 창출 등 다목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내?마련 촉진→임대주택 확대

다양한 주거복지 제도가 갖춰진 유럽은 국가별로 1980~1990년대 공공(公共)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했다. 대신 내집 마련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쳤다. 영국은 공공임대주택 민영화에 나서면서 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80년대 초 32%에서 2013년 17%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국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득 감소, 일자리 감소, 소득 양극화 등으로 임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영국은 2008년부터 ‘저렴한 공공주택 프로그램’을 도입해 연간 4만5000여가구의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진행 중이다. 최근엔 민·관 합동 재개발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기존 2~3층 주택을 6층 높이의 아파트로 재개발하는 방식이다. 신현방 영국 런던정경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거시경제 부양을 위해 재개발을 유도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재개발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이 1%밖에 되지 않는 미국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작년 국민주택신탁기금을 설립했다. 지원금의 최소 80%는 공공임대주택을, 10%는 공공분양주택을 짓도록 하고 있다.

전 가구의 45%가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홍콩도 최근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다. 중국인들의 주택 매입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저렴한 임대주택에 거주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들은 공공임대주택뿐만 아니라 민간임대주택도 함께 늘리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에 초점을 맞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과감한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소득 중간계층 주거 불안 해소

선진국들이 공공임대주택 확대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대부분 2008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 때문이다. 국민 전체 소득과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서민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임대주택 수요까지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와 달리 민간 임대주택 공급에까지 적극 나서는 것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모든 임대주택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저렴한 민간 임대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정책 전환 배경 중 하나다. 소득 양극화, 빠른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소득 수준이 어중간한 샌드위치 계층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샌드위치 계층은 내집을 마련하기엔 소득이 부족하고,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할 요건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사업 활성화는 이런 샌드위치 계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진미윤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주택은 주거 불안 해소뿐만 아니라 경기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부수적인 효과가 많아 선진국들에선 정부가 직접 사업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런던·파리·브뤼셀=이현진/도쿄·홍콩=김동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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