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어망으로 연어양식…고 구자명 '10년 집념' 결실

입력 2015-05-24 22:45  

아시아 최초 성공

수중 12~13m에 어망 설치
온도 낮춰 냉수성 어종 양식
항균 성능으로 폐사율 줄여



[ 김보라 기자 ]
강원 고성군 봉포항에서 너울대는 파도를 뚫고 5㎞ 외해(外海)로 나가자 지름 32m의 대형 가두리 양식장이 나타났다. 주변에는 조업 중인 배와 부표들이 있었다. 잠수부가 물속으로 들어간 지 10여분 만에 그물망을 들고 배 위로 올라왔다. 그물망을 열자 어른 팔뚝만한 연어가 펄떡이며 튀어나왔다.

연어는 대표적인 냉수성 어종이다. 물 온도가 섭씨 20도 이상 오르면 폐사한다. 여름철 해수면 온도가 섭씨 25도를 넘나드는 아시아 연안에서 연어 양식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근 이 편견이 깨졌다. 동해STF라는 회사가 아시아 최초로 외해 연어 가두리 양식에 성공하면서다. 양식 성공의 비결은 구리를 사용한 동합금어망에 있었다. 8t 무게의 구리합금망을 수심 12~13m로 끌어내려 수온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구리의 항균작용으로 물고기 폐사율도 일반 어망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김동주 동해STF 대표는 “10여년간 연구 끝?외해에서 연어 가두리 양식에 성공했다”며 “구리를 사용한 동합금어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어 양식에 사용되는 동합금어망은 ‘한국의 구리왕’으로 불리던 고(故)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사진)의 숙원 사업이었다. 구 전 회장은 2005년 LS니꼬동제련 부회장에 취임한 뒤 국제구리협회(ICA) 이사로 활동하면서 보다 많은 곳에서 구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슈퍼 박테리아를 예방하는 ‘동합금어망 도입 및 설치 확대’와 ‘동 항균성 병원 임상시험’이 대표적이다. 2009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회장직에 오른 뒤에도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국내 황동봉 생산 1위 기업 (주)대창, ICA 관계자, 수산업계 관계자들과 전략 회의를 열었다. 그는 “동합금어망이 해양오염을 줄이고 어업 생산성도 높이는 꿈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결실은 2011년부터 나타났다. 경남 통영 욕지도 참돔 양식장을 시작으로 제주도 일대와 동해안까지 동합금어망 사용이 확장됐다. 일반 나일론어망은 해조류와 수중생물이 달라붙어 6개월에 한 번 ‘망갈이’를 해야 하지만, 구리합금어망은 10년간 물속에 넣어둬도 이물질이 끼지 않았다. 초기 투자 비용은 일반 어망에 비해 4배 이상 비싸지만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망갈이 비용이 들지 않아 5년 뒤면 더 저렴해진다. 이현우 ICA한국지사장은 “무게 8t 이상의 구리어망은 여름철 태풍에도 끄떡없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양식업자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동합금어망을 향한 구 전 회장의 노력이 추운 지방에서만 살 수 있는 연어 양식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2013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동산업계 최고 권위인 ‘올해의 카퍼맨’(The Copper Man of the Year)상을 받은 구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6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성=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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