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르젠떼 오페라단 공연
"문화 혜택 부족한 병영에 큰 선물"
출연진·군인들 함께 어울려 환호
[ 김대훈 기자 ]
“새벽이 오면 나는 이기리라. 이기리라(All’alba vincero! vincero!).”
지난 20일 충북 영동에 있는 육군 종합행정학교 강당에선 ‘리소르젠떼 오페라단’ 소속인 김정규 테너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말라)’의 하이라이트인 이 가사는 모든 군인에게 던지는 메시지 같았다. 병사들은 귀청을 찢는 듯한 테너의 고음을 들으며 맘껏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육군 종합행정학교와 지난해 9월 ‘1사1병영’ 협약을 맺은 이텍산업의 이두식 회장은 대전 리소르젠떼 오페라단을 10여년간 후원하고 있다. 이 회장의 주선으로 이날 종합행정학교를 찾은 오페라단은 장병 및 장병 가족 300여명을 대상으로 ‘행복한 음악여행’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했다.
종합행정학교는 인사행정·재정·헌병·군종·법무 특기를 받은 병, 부사관, 장교들이 1주~24주간 해당 특기에 대한 군사 교육을 받는 곳이다. 이 회장은 “1사1병영 후속 행사를 고민하던 중 평소 후원하던 오페라단의 공연을 마련하게 됐다”며 “오페라를 보기 힘든 젊은 장병에게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장인 윤완선 소장(육사 38기)은 “군인에게 가장 부족한 게 문화 혜택”이라며 “앞으로 사회에 나갈 병사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병사들이 오페라단보다 걸그룹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라던 이 회장의 걱정은 기우였다. 리소르젠떼 오페라단은 아리아와 가요 뮤지컬 가곡을 넘나드는 레퍼토리로 장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가곡 ‘10월의 어느 멋진날에’로 시작한 공연은 아리아 ‘투우사의 노래’,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공연 순서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모든 출연진이 나와서 함께 부른 가곡 ‘아름다운 나라’ 공연에선 병사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를 보냈다. 공연이 끝나고도 한동안 환호가 멈추지 않았다.
이민수 상병(21)은 “성악 공연을 군대에 와서 처음 보게 됐다”며 “군 복무 중에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돼 매우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병사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모습에 감탄했다. 이날 후원금을 전달하며 다음 번에도 이 같은 공연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길민호 리소르젠떼 오페라단 단장(바리톤)은 “장병들이 이렇게 큰 환호를 보내줘 놀랐다”며 “앞으로도 젊은 세대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동=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