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훈련 지원금 줄줄 샌다…부정수급 3년새 7배 늘어

입력 2015-05-25 21:15  

출석부 조작·훈련시간 단축
범죄 지능화에 단속인력 부족
감독 전담할 심사평가원 설립



[ 백승현 기자 ] 정부의 직업능력개발훈련(직업훈련) 지원금의 부정수급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훈련 지원금은 근로자와 구직자들이 직업능력 향상을 위해 훈련받는 경우 정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직업훈련 부정수급은 훈련을 맡은 기관들까지 가세한 ‘조직범죄’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25일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비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수급액은 4592건 71억9400만원이었다. 부정수급 건수와 액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2년 9억7600만원에 그쳤으나 2013년에는 25억8700만원, 지난해에는 70억원을 넘어 3년 만에 일곱 배 이상 늘어났다.

고용부의 직업훈련 지원 사업을 맡고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훈련지원금의 부정수급 등 훈련기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의 직업훈련 지원금은 총 1조3713억원이었다.

부정수급 범죄는 점점 지능화·조직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A평생교육원 원장 등이 2년 넘게 어린이집 원장과 강사들의 출석부와 훈련시행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21억4000여만원을 부정수급했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담당 공무원이 쉬는 휴일과 평일 저녁에 집중적으로 훈련을 배정해 규정 시간을 채우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 훈련이 아닌 원격훈련에서는 시스템을 조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 6월 B원격훈련기관은 학습 과정에 참여하지도 않은 수강생들이 과정을 수료한 것처럼 학습관리 시스템을 조작해 2370여개 사업장을 상대로 1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가 고발 조치됐다.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훈련신호등’ 시스템에는 한 달 만에 ‘경고등’이 켜졌다. ‘훈련신호등’은 산업인력공단이 훈련 상황을 모니터링해 부정훈련 위험성을 녹색 황색 적색으로 표시하는 제도다. 지난달 사업주 직업훈련 지원 사업의 경우 위험지수는 66.79점으로 ‘적색 경보’(70점 이상) 직전 단계였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부정수급 근절은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훈련 실태를 점검할 인력이 부족하고, 실업급여에 비해 덜 알려진 제도여서 제보나 신고가 적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부정수급·부실훈련을 관리 감독할 전담기관인 직업능력심사평가원을 설립했다.

김규석 고용부 인적자원개발과장은 “심사평가원은 그동안 한국산업기술대, 산업인력공단, 직업능력개발원 등에 분산돼 있던 직업훈련 품질관리 기능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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