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순의 넷 세상) 2009년 '롱테일 경제학'의 저자 크리스 엔더슨은 '프리(Free)'를 통해 21세기 디지털 생태계에서 '공짜 모델'의 유익과 가치를 제시했는데요. 공짜 그 자체를 최종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짜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것이 '공짜 경제'라는 거지요. 공짜 경제(Freenomics=Free+ Econmics)의 대표적인 방식은 좋은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이용자를 모으고 광고를 유치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뉴스시장에서는 영국 신문 '가디언'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과 다르게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많은 방문자들을 기반으로 광고를 게재해 돈을 벌기 위해서죠. 인터넷 초기 신문업계가 유료 뉴스를 선언했다가 흐지부지된 적이 있었는데요. '가디언'은 일관되게 무료만 고집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디지털 미디어 업계는 '유료 구독 서비스' 모델에 집중하는 흐름입니다. 이른바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인데요. 상당히 오랜 기간 디지털 미디어 시장은 무료 서비스가 휩쓸었지만 고민은 커졌습니다. 무료 방문자가 아무리 늘어도 광고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이중 온라인 동영상 업계가 가장 먼저 전면 유료 구독 서비스를 내세우기 시작했는데요.
넷플릭스에 이어 유튜브, 비메오(vimeo) 등 온라인 동영상 공유 서비스들도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훌루(Hulu) 출신 CEO가 만든 베셀(Vessel)은 온라인 동영상 공유 서비스로는 이례적으로 독점 콘텐츠를 먼저 제공하는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유료 가입자에게는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을 내세운 건데요.
무료 서비스로 저작권자와 갈등을 빚어온 디지털 음악시장도 요동치고 있습니다.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사이 주요 사업자들은 광고 없는 유료 구독 서비스 전환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미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타이달(TIDAL)은 고품질 음원 및 독점 콘텐츠로 전면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판도라(PANDORA)는 광고 매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 단위 유료 구독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유료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온 전자책(e-Book) 시장도 유료 구독 서비스를 마지막 기회로 삼는 양상입니다. 오이스터(Oyster), 스크립드(Scribd) 등 신생 사업자들이 유수 출판사가 보유한 양질의 콘텐츠를 선점해 유료 구독 서비스를 본격화하자 대형 사업자인 아마존도 가세했습니다. 물론 동영상, 음악에 비해 전자책의 최신성, 활용성 등이 낮은 것은 과제입니다.
무료 뉴스가 범람하는 디지털 뉴스 시장 역시 유료 구독 모델에 대해 일말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유럽의 신문조차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는데요. 기껏해야 뉴욕타임스의 100만 유료 가입자 정도가 의미 있는 사례로 꼽힐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은 소액 지불(micro payment)이나 부분 유료화(selective payment) 등 지불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들을 놓고 활발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소액 결제 시스템을 붙인 뉴스 포털 브렌들(Blendle)은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지요.
물론 유료 구독 모델은 콘텐츠의 성격, 이용 환경, 경제적·사회적 여건 등 다양한 변수가 작동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제시하더라도 성공을 낙관하기 어려운 게 유료 비즈니스입니다. 분명한 것은 많은 분야에서 '공짜 경제'에 대해 의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업자들은 유지, 관리 비용의 증가라는 함정에도 불구하고 '유료 구독'을 통해 가입자와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고 단골 고객으로 만드는 것을 傷鄂構?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라베이스(STRABASE)는 최근 공개한 자료에서 "앞으로 디지털 미디어 시장은 대여 방식의 구독료 수익 모델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해 전방위로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는데요. 롱테일과 공짜, 공유 모델이 돌고 돌아 다시 '유료'라는 문 앞에 집결한 것 같습니다. / 디지털전략부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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