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초·중·고 소프트웨어 교육
중학교 의무교육 위해 교사 수백명 더 필요한데 올 들어 신규채용 0명
교사 재교육 연수 '형식적'…1년 교육예산 70억도 안돼
[ 김태훈 기자 ]
경기교육청은 올초 소프트웨어(SW)를 가르치는 정보 과목 교사 10명을 수학 국어 등 다른 과목으로 전환배치했다. 교육청은 매년 학교별 교사 수급을 조사하고 이에 근거해 연초에 교사들의 담당 과목을 조정한다. 하지만 SW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선 관련 교사를 육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부터는 모든 중학교에서 SW를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지금부터 정보 교사를 새로 뽑아 준비해도 의무교육을 하기에 부족한데 도리어 줄였기 때문이다. 김현철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은 “정부가 지난해 SW 의무교육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다수 학교와 교육청은 닥치면 하겠다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정보 교사를 다른 과목으 ?바꾼 것은 3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정보 교사 도리어 줄어
정부는 지난해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로 가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며 관련 초·중·고교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어린 시절부터 코딩을 가르쳐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높여주려는 취지다. 2017년부터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SW를 가르치고 2018년부터 중학교에서는 SW를 필수과목으로 교육한다. 현재 선택과목인 정보를 중학교에서 배우는 학생은 2012년 기준 전체의 8.1%에 불과하다.
SW 의무교육을 위해선 가르칠 교사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정보 교사 수는 도리어 줄어들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지난해에도 정보 교사 50여명을 다른 과목으로 전환했다. 광주 경남 울산 등 지역에서도 전공과목을 바꾼 정보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작년 6월 강원(4명), 충남(2명), 세종(4명) 등이 10명의 정보 교사를 새로 뽑았다. 컴퓨터 교육에 관심이 높던 2000년 한 해만 300여명의 정보 교사를 선발했을 뿐 2012년, 2013년에는 신규 채용이 한 건도 없었다.
현재 중학교 교사 가운데 정보를 전공한 교사는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전공을 다른 과목으로 바꾼 교사가 많다. 중학교 의무교육을 위해서는 앞으로 수백명의 교사를 더 뽑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안성진 성균관대 컴퓨터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교장 상당수가 SW 의무교육을 도입하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며 “의무교육이 임박해 500명을 뽑는 것보다 매해 100여명씩 선발해 교육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 ?rdquo;고 했다.
승진 도구로 활용되는 교사 연수
그동안 학교 정보 교육은 인터넷 사용과 문서 제작 등 컴퓨터 활용에 중점을 뒀다. 활용 교육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를 키워주려면 교사 재교육과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교육부의 연구학교(68개교), 미래창조과학부의 선도학교(160개교) 등이 교사 재교육을 위해 최근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교육부 연구학교 사업에는 국어 국사 등 정보와 무관한 교사가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연구학교 사업은 교육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각 교육청이 주도하고 있다. 예산 지원에 중점을 둔 선도학교와 달리 연구학교에 참여해 교육을 받은 교사에게는 승진 가산점을 준다. SW 교육에 대한 관심보다는 가산점 때문에 참여하는 교사가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교육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일부 교사는 교육 계획서마저 단순 복사해 내는 등 스스로 왜 교육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승진을 앞둔 비정보 과목 교사들이 많이 참여하다 보니 교육 효과가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라고 했다.
관련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교육부가 올해 SW 교육에 배정한 예산은 15억원. 미래부가 작년 22억원에서 올해 52억원으로 예산을 늘렸지만 두 부처를 합해도 70억원에 못 미친다. 3000여개에 달하는 전국 중학교를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안 교수는 “체육, 예술 교육에는 연간 수백, 수천억원씩 투자하고 있다”며 “SW 교육에 배정된 예산만 보면 SW 중심사회를 선언한 정부의 의지가 무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 컴퓨팅 사고
computational thinking.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절한 사고 방식을 말한다. 문제 상황의 핵심 원리를 찾아내 이를 재구성하고 순서도를 만들어 해결하는 방식이다. 데이터를 모으고 조작하기, 큰 문제를 작은 문제들로 쪼개기, 문제를 구조화하고 추상화하기, 순서에 따라 문제 해결을 자동화하기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시대에 필요한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등을 기를 수 있다.
■ 특별취재팀=김태훈 IT과학부 차장(팀장), 임근호(국제부), 오형주(지식사회부), 전설리·안정락·이호기·박병종·추가영(IT과학부) 기자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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