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너무 좁다"…덩치 커지는 국민연금 '글로벌 투자대양(大洋)'으로

입력 2015-05-27 21:20  

해외투자 확 늘리는 국민연금

국민연금 자산포트폴리오 10년 만에 재편
2020년 해외주식 170조·국내주식 153조 '역전'
국내 살 주식 줄고 시장 충격에 팔기도 어려워
의결권 확대 '연금 사회주의' 논란도 줄어들 듯



[ 좌동욱/서기열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2020년까지 해외 주식 비중을 4%포인트 늘리기로 한 것은 ‘고래(국민연금)’가 ‘연못(협소한 국내시장)’을 빠져나와 ‘대양(해외시장)’으로 헤엄쳐가는 데 비유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시장에 치우쳤던 ‘비정상적 자산배분’을 정상화하는 과정이요, 글로벌 투자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의결권 확대에 따른 ‘연금사회주의’ 논란도 다소 수그러들 수 있다.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달 1일로 예정돼 있다. 상정될 안건은 2020년까지 해외 주식 비중을 16%에서 20%로 4%포인트 늘리는 대신 국내 주식과 국내 채권을 각각 2%포인트 줄이는 안건(①안)과 국내 채권만 4%포인트 줄이는 안건(②안)이다. 어떤 안을 채택하더라도 2020년부터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이 국내 주식을 앞지른다. 기금위는 ①, ②안 중 하나를 고르거나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

①안에 따르면 2020년 말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은 170조원으로 2015년 말보다 103조7000억원 늘어난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은 153조원으로 61조7000억원 증가한다. 중장기 자산운용계획안의 해외 주식 투자가 국내 주식을 추월하는 10년 만의 대전환이다.

기금위가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연금 증가 속도가 워낙 가파르기 때문이다. 올해 말 510조원에 도달할 국민연금 자산은 2020년께 850조원으로 연평균 70조원씩 늘어날 전망이다. 2000년 말 국민연금 총자산이 70조원에 불과했던 점에 비춰볼 때 폭발적인 증가세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증권시장의 성장세는 연금 증가 속도에 현저히 못 미친다. 지난 26일 기준 한국 주식시장(유가증권+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1527조원으로 2010년 말(1240조원)보다 2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은 323조원에서 500조원 상당으로 54.8% 불어났다.

해마다 늘어나는 연금기금을 현행 자산비중대로 운용하기엔 국내 자산 규모가 턱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국민연금은 대부분의 국내 우량기업 지분을 5% 이상 들고 있다”며 “추가로 살 종목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 등으로 주식을 내다팔기도 어려운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비중 줄일 수밖에 없어

전문가들은 특히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20% 미만으로 떨어지는 안에 주목하고 있다. 이찬우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급속히 불어나는 기금 규모를 고려할 때 진작에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춰야 했지만 그동안 기금위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국내 주식시장에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대비)은 2009년 3.7%에서 지난해 말 6.28%로 상승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엔 9%를 넘어선다. 일본 공적 연금(4.6%),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0.4%), 캐나다 연금투자이사회(0.7%) 등 글로별 연기금과 비교해 크게 높은 비율이다. 이 와중에 국민연금이 주요 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민간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자주 일었다. 김용하 한국연금학회장(순천향대 교수)은 “투자수익률 하락, 의결권 행사 확대 등에 따른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투자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산업에 또 다른 기회

계획대로 실행되면 2020년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자산(170조원)이 국내 주식(153조원)을 처음으로 앞지르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벤처펀드 등 국내 금융회사들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흐름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해외 주식 비중이 급격히 늘어날 것에 대비해 국내 자산운용사, 사모펀드들이 해외 투자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국민연금도 운용사와 동반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50bp(1bp=0.01%포인트)로 가정해도 2020년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투자 운용사에 내야 할 운용 수수료가 8500억원에 달한다.

좌동욱/서기열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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