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의중 제노포커스 대표, 거대 다국적 기업 위협에도 웃는 이유

입력 2015-05-28 14:50  

[ 노정동 기자 ]
특수 효소 시장 선점, 다른 업체 진입하기 어려워
분비발현기술로 가격 경쟁도 대비…"글로벌 1위 자신"


올해 첫 기술성 상장 기업으로 29일 증시에 입성하는 제노포커스 김의중 대표(사진·43)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맞춤' 효소라는 다소 특이한 사업군을 갖고 있는 이 회사의 수장인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기술뿐만 아니라 실적도 자신 있다"고 힘줘 말했다.

효소는 바이오화학 산업의 필수 재료다. 산업용 효소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5조원 가량이지만, 제노포커스가 앞으로 하게 될 바이오소재 시장까지 합치면 무려 100조원에 달한다. 효소는 산업용뿐만 아니라 의약·식품·연구용 등 활용 분야가 넓다. 관건은 필요한 곳에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맞춤' 효소를 공급하느냐다.

김 대표는 "거대 다국적 기업인 노보자임과 듀폰이 글로벌 효소시장의 70%를 과점하고 있지만 그들이 구조적으로 뛰어들 수 없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제노포커스만 갖고 있는 기술로 특수 효소 시장에 차근차근 진출할 것"이라고 강또杉?

[한경닷컴]이 지난 21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제노포커스 본사를 찾아 상장 전 이미 장외주식시장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이 회사의 김 의중 대표를 만났다.

◆ "먹거리는 반도체 효소 시장…다른 기업 쉽게 진입 못해"

제노포커스를 먹여살리고 있는 이 회사 최대 '효자' 상품은 카탈라아제다. 창업한 지 11년 만에 제노포커스가 국내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산업용 효소다. 제노포커스는 카탈라아제로만 연매출의 절반 이상을 채운다.

카탈라아제는 인체에 유해한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한다.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제조시 식각 과정에서 쓰이는 데 업체들 입장에선 환경 오염에 대한 이슈가 있어 부담스러운 화학 물질이다.

김 대표는 "반도체 공장의 폐수 후처리 공정에 쓰이는 과산화수소를 카탈라아제를 통해 분해하면 오염을 없앨 수 있어 수요가 늘고 있다"며 "다른 효소보다 활성력이 뛰어나고 고열 속에서도 안정성이 탁월해 높은 제품력을 인정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노포커스는 현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카탈라아제를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한번 공급계약을 맺으면 지속적으로 그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얘기다. 앞으로 환경 오염에 대한 이슈가 민감해질수록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로부터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반도체 효소 시장은 바이오에너지 효소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아 글로벌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곳"이라며 "설령 뛰어뜬다고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제노포커스를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제노포커스는 주로 특수한 효소 시장에 쓰이는 카탈라아제 분야에서 만큼은 글로벌 1위 공급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상장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도 카탈라아제 추가 개량에 일부 쓰일 예정이라는 게 김 대표의 전언이다.

◆ 분비발현기술로 속도·가격경쟁력 잡아…"자신감 원천"

제노포커스는 맞춤 효소 개발과 생산의 기반 기술인 미생물 디스플레이 기술과 재조합 단백질 세포 밖 분비 발현 기술을 갖고 있다.

효소를 세포 표면에 나타나게 만드는 미생물 디스플레이 기술은 효소가 특정 물질과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초고속으로 스크리닝할 수 있어 효소를 신속하게 개량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또한 원하는 효소를 숙주 미생물의 세포 밖에 분비시키는 재조합 단백질 세포 밖 분비 발현 기술은 고순도 효소를 경제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효소가 세포 안에 분비될 때는 세포를 파쇄해야 하지만 세포 밖에서 분비될 때는 이 과정을 건너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글로벌 기업들이 특정한 효소 시장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진입한다고 해도 저희는 분비발현기술이라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싸게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 시장에서 저희가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제노포커스는 이제 발현 가능한 모든 효소를 맞춤형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든든한 원천기술 덕분에 '맞춤형 효소'의 시제품이 나오기까지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년 밖에 안 걸린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1년 안에 사업이 가능한 효소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제노포커스는 최근 장외시장에서 공모가(1만1000원)을 훌쩍 뛰어넘는 2만원대 후반에서 거래되는 등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는 "이미 많은 효소 개발 업체들이 1~2등 글로벌 기업에 인수·합병(M&A) 됐고 산업용 효소 시장도 독점 판매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효소를 필요로 하는 국내 기업들의 수입 의존도도 높아지는 상황이라 제노포커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맞춤형 효소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이 목표"

제노포커스의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유전공학연구에만 빠져 살던 생명공학 박사다. 석사 과정이던 1995년부터 바이러스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뛰어든 몇 안되는 국내 연구진이었다.

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반재구 박사 역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박테리아로 디스플레이 개발에 도전, 두 박사는 그렇게 여러 학회에서 연을 키워오다 반 박사의 창업 시도로 손을 잡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61억원, 영업이익 13억원, 당기순이익 21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2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6배 가량 급증했다. 매출액 역시 2.5배 가량 급성장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3년간 매출액 성장률이 연평균 최소 50%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맞춤형 효소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대전=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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