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종 해외잡지도 정독
"1분기 실적 안주하지 말고 해외 스낵 트렌드 읽어야"
[ 강진규 기자 ] 지난주 일본을 방문한 신정훈 해태제과 사장(45·사진)은 현지 합작사와 미팅을 끝낸 뒤 곧장 인근 대형마트로 향했다. 스낵코너에 들러 전통과자 등 일본의 인기 스낵 50여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비스킷 사이에 크림 등 각종 재료가 들어가는 샌드위치비스킷, 고소한 맛의 정도와 형태에 따라 여러 품목이 있는 치즈스낵 등 국내에서 생소한 과자들이 그의 구매 리스트에 대거 포함됐다. ‘제2의 허니버터칩’을 선보이기 위한 신 사장의 행보다.
○주목받는 ‘글로벌 레이더 경영’
허니버터칩 돌풍을 일으키며 제과시장 판도를 바꾼 신 사장의 ‘글로벌 레이더 경영’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시장의 동향과 선진 제품에 촉각을 세우고, 과감한 벤치마킹으로 새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신 사장은 “변화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트렌드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 허니버터칩만큼 잘 팔리는 제품을 또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허니버터칩도 레이더 경영의 성과다. 개발 당시 신 사장은 연구팀에 미국과 일본 감자칩을 전수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세계적 트렌드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연구팀의 보고를 받은 신 사장은 두 가지 맛이 가장 잘 조화를 이루는 일본 가루비사의 해피니스버터칩을 자연스레 떠올리고, 개발에 참고할 것을 주문했다.
물론 무조건적인 모방을 지시한 건 아니다. 차별화를 위해 MSG 대신 꿀과 프랑스식 고메버터를 재료로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제조 전 과정에 대한 공부로 내공을 쌓았기에 가능한 판단이었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정확히 읽어낸 허니버터칩은 매달 75억원어치가 팔려나가는 히트작이 됐다. 나아가 소비자들의 입맛과 제과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돌풍을 몰고 왔다.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새로움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려는 신 사장의 열정이 통했다는 평가다.
○새길 개척으로 기술 격차 줄여
레이더 경영으로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방식은 신 사장의 오래된 철학이다.
2011년 일본 가루비와 합작해 해태가루비를 설립하고, 2013년 글리코와 함께 글리코-해태를 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일류가 되려면 과자 선진국의 기술과 트렌드를 따라잡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작년에는 이탈리아의 젤라토 회사 빨라쪼 델 프레도를 인수하기도 했다.
레이더 경영을 위해 신 사장이 애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외국 신문과 잡지 구독이다. 영어와 프랑스어,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신 사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40여종의 신문과 잡지를 공수해 와 틈날 때마다 정독한다. 그 결과 10년 이상 차이가 나던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2~3년 정도로 좁혔다는 게 해태제과의 판단이다. 최근에는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중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태제과는 올 1분기 제과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거뒀다.
매출이 17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영업이익은 72억원으로 1284.4% 급증했다. 해태제과 주식 66.6%를 보유한 모기업 크라운제과의 주가는 해태제과 실적 발표 전 30만원대에서 최근 45만원대로 치솟았다.
신 사장은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의 사위다.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 작업을 주도했고, 인수가 마무리된 2005년부터 경영에 참여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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