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의총서 "위헌소지" 제동…야 반발하자 후퇴
[ 조수영 / 진명구 기자 ] 29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기까지 내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진통을 겪었다.
개혁안 처리를 앞두고 마지막 암초가 된 것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마련한 세월호법 시행령을 두고 유족들이 반발하자 공무원연금법 처리를 앞두고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을 강하게 요구했다.
유족들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사무국의 진상규명에서 핵심이 되는 조사1과장을 공무원으로 하는 시행령이 공정성을 해칠 수 있어 특별법 취지에 위배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여야는 28일 세월호법 시행령에 대한 논의를 6월 임시국회로 미루면서 세월호법 시행령을 국회가 수정하는 길을 열어주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합의문에 담았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이 법률 취지와 내용에 맞지 않을 경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행정기관은 이를 지체 없이 수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으로도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요구를 할 수 있지만 정부가 반드시 이에 따르도록 해 그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관련, ‘공적 연금 강화 합의문’을 폄하하고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불신을 초래한 데 대해 정부의 책임 있는 당사자가 6월 임시국회 중 첫 번째 개의하는 상임위 또는 공적연금강화특위에서 유감을 표명토록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저녁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안을 추인했지만 새누리당에서는 법조계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논란이 제기되자 조건부로 추인했다. 법조인 출신인 한 여당 의원은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이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받은 사항은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도록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국회가 수정의견을 내면 무조건 대통령령을 바꾸도록 하는 것은 결국 헌법이 보장한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측은 새누리당의 조건부 추인에 대해 “합의를 깨자는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고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 역시 합의문 원안이 수정되면 법사위를 열지 않겠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당초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여야 합의사항을 일괄 처리하려던 이날 본회의는 회기가 종료되는 밤 12시를 불과 2분 남기고 회기를 하루 연장하는 안건만 의결했다.
결국 여야 원내대표가 밤 12시를 넘겨 당초 합의문 원안에 서명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 간 기싸움이 마무리됐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함께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선택한 것이다. 국회는 이날 운영위원회와 법사위를 거쳐 오전 2시에 본 맛퓔?열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했다.
조수영/진명구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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