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 업황 전망
국내 식품산업은 재도약 시기를 맞고 있다. 재료비 안정과 소비 고급화, 신사업 확대가 주요 상승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식품업체 원가부담이 줄었고, 1인 가구 증가 같은 사회적 변화 덕에 편의식품 시장의 성장성도 높아지고 있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고부가가치 식품의 비중도 크게 상승하고 있다. 동시에 연구개발(R&D)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 부문으로의 사업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으로 장기 성장 동력을 확충하고자 하는 업계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악재 털어낸 식품시장
국내 식품사업은 과거 수년간 계속된 악재가 잦아들면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주요 원재료인 국제 곡물가격은 2012년 하반기부터 떨어져 안정된 상태다.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규제나 수입품 증가로 인한 판매 위축도 일단락됐다. 근래 식품가격 동향을 보면 주요 식음료 업체의 제품가격 ‘결정력’이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출시의 기회도 늘고 있다. 식품을 소비하는 목적이 단순한 먹기에서 벗어나 웰빙이나 즐거움 추구로 옮겨가면서 고급 제품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비 환경 개선에 힘입어 올해 식품회사의 매출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간편 대용식(HMR)시장의 확대를 눈여겨볼 만하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1~2인 가구 증가로 최근 관련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통업체마저 제조시설을 갖추고 간편 대용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심화가 우려된다. 그러나 CJ제일제당과 같은 기존 가공식품 업체는 편의식 원료인 소재·가공식품 공급을 모두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업체간 경쟁 심화
올해 식품산업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관련 업체 간 경쟁은 심화될 전망이다. 올해 식품업계는 2014년 대비 신제품 출시를 확대하고, 마케팅비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늘어나는 초기 단계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다.
일부 업체는 중국 등 해외 사업 투자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대세는 내수시장이다. 연결회계기준 손익의 80~90% 이상이 국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이 제2의 성장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업체별로 어떤 대응 전략을 펼칠지에 따라 향후 몇 년 안에 업체 간 성과의 명암이 극명히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성공의 핵심은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제품을 얼마나 빨리 출시하는지에 달려 있다. 구매 트렌드 변화에 맞는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도 관건이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같은 대형업체들은 제품 개발력에서 다른 업체 대비 상당한 경쟁 우위가 있다고 판단한다. 과거 햇반에서부터 최근 연어캔까지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소비자 수요는 더욱 세분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호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고 적절한 마케팅을 통해 구매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시장 선두업체가 이런 부분에서 우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업체는 ‘히트 제품’을 출시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그린바이오산업은 시장 지배력이 관건
그린바이오사업은 식품 업체가 R&D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중국의 사료시장 성장을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연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돼지용 아미노산인 ‘라이신’과 육계용 아미노산인 ‘메치오닌’ 모두 중국에서 10%대 중반의 시장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시장 성장률도 6~8%에 이른다.
단기적으로 라이신 시장은 최근 공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수율 개선을 통해 원가 부담을 낮춘 회사가 시장 성장의 수혜를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메치오닌은 글로벌 화학회사 위주로 과점구도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고수익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은 시장성장 초기 단계로 빠른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
사료용 아미노산이나 조미료 원료사업은 원가 경쟁력에 기반한 시장 지배권 확보가 성공의 열쇠다. 당장은 라이신 가격이 예상보다 약세이나, 결국 낮은 가격 자체가 진입장벽이 돼 기존 사업자의 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과 자본의 싸움에서 CJ제일제당처럼 기술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두루 갖춘 대형업체의 경쟁력이 갈수록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경주 <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kjlee@truefriend.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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