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 / “핵 균등은 안보에 필수적인 요소다”
현재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하는 핵무기 보유국은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이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은 1974년과 1998년 각각 핵실험을 했고 이스라엘은 암묵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한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북한도 2006년 핵무기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발표했고 3차 핵실험을 마무리했다. 지난 2월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초빙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북한은 5년 뒤인 2020년에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어 핵과 미사일의 개발 속도를 볼 때 북한이 조만간 4차 핵실험에 들어갈 수 있으며 사실상 핵 보유국에 속한다는 평가를 했다. 이처럼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가 연이어 개발되면서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등장했다. 앞으로 있을 전쟁에 대비하고 종전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핵무기 개발에 대해 군사력 증강, 국제협상에서의 유리함과 과학기술의 발달을 근거로 삼아 찬성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전쟁, 그리고 모든 협상에서 핵무기가 있는 북한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북한과 남한의 관계는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며 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무리 한국이 지상무기를 갖춘다고 하더라도 핵무기가 있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전쟁에서의 핵무기의 보유 여부는 다른 수많은 무기를 전부 무시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진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도 대등한 입장이 돼야 한다. 북한과의 평화적인 관계 유지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북한은 꾸준히 도발해왔다. 한때 한 나라였다는 감정에 치우쳐 객관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종전되기 전까지 북한의 군사력을 견제해야 한다. 만약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북한과의 협상에서 동등한 위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인 협상에서도 핵무기 보유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국가 간 분쟁이 생기고 협상테이블에 두 나라가 마주했을 때 핵무기의 보유 여부에 따라 우열이 갈린다. 국제적인 사례에서 인도를 꼽을 수 있다. 핵무기 개발 이후 인도는 서남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으며 주변 소국가를 영향권으로 두며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주도해왔다. 이와 같이 한국도 매번 발생하는 분쟁에서 다른 국가보다 우위에서 협상하기 위해서는 핵 보유가 필수적이다.
핵 개발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달을 가져올 수 있다. 과거 1차 세계대전과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수많은 무기 개발이 이뤄졌다. 이런 무기 개발은 또 다른 과학기술의 발달을 가져왔다. 컴퓨터는 대포의 사정거리와 포탄이 날아가는 각도 등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리콘은 각종 유리제품이나 파손될 수 있는 무기를 포장하는 용도로 개발됐다. 하지만 이후 컴퓨터는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꿔놨으며 실리콘은 산업재료와 의료 분야에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 같은 경우처럼 핵 개발은 핵융합기술을 발달시키고 연료 고갈 문제에 사용되는 과학기술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핵융합기술을 통해 바닷물에 포함돼 있는 중수소를 활용한 기술이 개발됐다. 에너지난 속에서 깨끗한 고에너지를 얻고 실용화될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연료 고갈 문제도 가볍게 해소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부족한 점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해결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핵무기는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무기다.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하지만 핵 개발이 우리에게 주는 이익은 상당하다. 국제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으며,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고, 과학기술을 발달시킬 수 있다.
■ 반대 / “미국 핵우산으로 균형 맞출 수 있다”
한국은 현재 휴전 상태다. 우리와 휴전 협정을 맺은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기성사실화되고 있다. 핵무기를 앞세워 북한은 몇 차례 남한에 ‘불바다’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남북한의 많은 국민은 또다시 1950년대의 아픔을 겪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핵무기 보유만이 북한에 대응할 방법일까. 아마 남한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 북한은 전쟁의 의미로 해석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주변국 또한 긴장하게 될 것이다.
1991년 남북한은 핵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 안전을 위해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안전협정’ 체결을 꾸준히 거부해왔고 결국 1993년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다. 이후 북한은 20여년간 핵실험을 하는 등 핵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이미 2009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한 폐기를 선언했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로 미국과 일본,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받고 고립돼 있는 점을 든다. 반면 남한은 비교적 한반도 비핵화 선언 내용을 잘 이행하고 있다. 만약 남한마저 이 선언을 어기고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면 북한의 상황과 다름없게 될 것이다.
남한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도미노식 핵무장 확산 방지를 위함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핵 보유를 인정받은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영국 등이다. 이 밖에 인도, 파키스탄도 있다. 이스라엘도 미국의 묵인 아래 핵 보유국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핵 보유 또한 사실화됐다. 회가 거듭될수록 강력해지는 북한 핵실험의 폭파 위력 탓에 남한에서도 핵무기 완성론이나 핵무장론이 대두 杉? 그러나 만약 남한 또한 북한에 대응해 핵 개발을 시작한다면 이는 일본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나라도 핵무장을 행하게 되며 도미노처럼 빠른 속도로 동북아시아의 안보를 해칠 것이다.
현재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한에 대한 북한의 도발을 자국의 도발 수준으로 보고 방어해줄 것을 명문화했다. 남한이 굳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 의존하는 것을 비판하는 의견도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남한이 핵무장을 해 앞에서 언급한 ‘도미노 핵 확산’을 가져온다면 이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도 한다는 핵무기 보유 의미에 어긋난다.
또 핵무기는 그 위력이 엄청나다. 남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기존의 병력, 즉 재래식 전력은 무력화(無力化)된다. 이는 남북한의 군비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면서 강대국 사이의 전략구도를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재편시키는 원인을 제공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한국의 모든 전략과 정책도 무력화돼 한국에 불리할 수도 있다.
최근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남한의 핵무기 개발은 거의 불가능하다. 남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은 충분히 있지만 핵무기의 실질적 원료인 플루토늄을 얻기 위한 처리는 할 수 없게 돼 있다. 미국이 이번 협정에서 핵연료의 농축·재처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골드 기준을 없애긴 했지만 플루토늄과 불순물을 함께 추출하는 방식을 허용해 남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지하고 있다. 더불어 핵 보유국들이 핵 보유량을 조금씩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볼 때 남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보다 북한을 비핵화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이처럼 핵무기는 우리의 삶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프게 한다. 이런 핵무기를 남한에서 보유한다고 해서 1950년 6월25일 시작된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 끝에 한국이 다시 개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추측하고 거의 확신한다. 핵무기가 없더라도 대화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핵무기보다 더한 국력이 나올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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