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멋이 뭍어나고 기성세대에게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촉진제이기도 하다. 복고풍이 최신 유행보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4’에 올해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방영 및 영화 국제시장 흥행으로 연결되면서 복고풍 제품들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옛 것의 오늘 유행 ‘복고’
유행은 돌고 돈다. 반짝 스쳐간 수많은 유행을 떠올려보면 다시 돌아온 유행인 복고의 힘은 강력하다. 복고는 결국 옛 것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옛 것이 다시 오늘날에 유행한 募?의미도 있고 옛것에 대한 추억이나 오마주(감사와 존경)이기도 하다. 유행의 재유행, 복고풍은 동경이라는 의미에서 힘을 발휘한다. 사람들은 좋았던 시절과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며 긍정적 대상을 추억한다.
어린시절 가지고 놀았던 로봇태권V와 같은 장난감이나 나팔바지 등 추억의 패션은 단번에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고 잠깐의 행복에 젖도록 만든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올해 MBC 무한도전-토토가 방영과 영화 국제시장 흥행 연결은 90년대 열풍이 불게해 올해 상반기에도 복고풍 제품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복고풍은 음식·가전·패션용품 등 생활 전반으로 확대돼 대한민국을 90년대로 돌려놓았다. 온라인 쇼핑몰 AK몰의 상반기 매출에서도 복고풍의 뜨거운 열기를 알 수 있다. 토토가 방송 후 다음달 복고 패션 아이템 매출은 전년 대비 195배 증가했다. 청청패션의 부활하면서 데님재킷 등의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배 증가했다.
익숙한 맛의 끌림 ‘추억의 간식’
복고풍 음식의 인기도 더해가고 있다. 복고풍 음식의 익숙한 맛에 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제과나 디저트 시장에서 복고풍 음식이 다양하게 출시됐다. 빙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설빙의 올해 핵심 메뉴는 ‘인절미 빙수’다. 다양한 시럽, 과일, 아이스크림 등을 얹어 먹는 다른 빙수들과 달리 콩가루를 우유 얼음 위에 뿌려서 먹는 옛날식 단순한 팥빙수를 출시한다.
CJ푸드빌 뚜레쥬르는 추억의 간식 도나쓰 제품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어릴적 엄마 손 잡고 동네 시장에 따라가 사먹던 추억의 간식’이라는 컨셉으로 복고풍 간식 ‘그때 그 도나쓰’를 판매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추억을 선사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도나쓰 제품은 종이 봉투에 담아 포장했다.
전자제품에도 복고 열기가 불어 구형 아이폰을 복고풍 라디오와 시계로 이용할 수 있는 제품 등도 선보이고 있다. 라디오 아이레디오는 국내 디자인 회사인 플러스디가 선보인 것으로 구형 아이폰을 도킹할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50~60년대 복고풍으로 디자인했다.
‘옛 간판 서체’ 광고에 활용
세련되고 심플한 디자인만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촌스럽고 옛스러운 투박한 디자인은 정겨운 멋을 발휘한다. 최근 CJ CGV가 온라인을 통해 선보인 복고풍 영화 포스터도 눈길을 끈다. 최신 영화를 완벽하게 옛 포스터로 변신시키고 종이가 닳은 듯 보이는 효과도 주었다. 어벤저스를 비롯 킹스맨, 인터스텔라, 비긴 어게인 등 다양한 최신 영화 작품의 복고 버전 포스터를 공개했다.
옛 서체로 탄생한 옛날 간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삼거리 슈퍼, 삐삐 문구점, 미화 이발관 등 옛날 간판은 상호부터 오래된 골목에서 마주친 옛 간판의 정겨움을 준다. 디지털 인쇄가 없던 시절, 간판장이라 불리던 이들이 붓으로 칠하거나 모둔 종이에 디자인한 글씨를 시트지에 오려붙여 간판을 만들었다. 옛 간판은 만든 이의 필체와 개성이 묻어나 옛 간판을 수집하는 전문 수집가도 늘고 있다. 이런 옛 간판에 쓰인 글씨체를 본떠 서체(폰트)를 개발하거나 디자인에 활용하기도 한다.
지하철 버스 정류장 등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배달의 민족(배달앱)의 ‘다들 식사는 하셨습니까’ 광고도 옛날 간판에서 영감을 받았다. 옛 간판에서 볼 수 있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어긋나 있는 듯한 특성을 반영해 글씨체를 개발해 광고에 활용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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