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채권단도 공감하는 '워크아웃 무용론'

입력 2015-05-3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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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규 증권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근간이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폐지하고 기업회생제도(법정관리)가 이를 흡수해야 합니다. 기촉법이 있는 한 정권이 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을 맡으면서 기촉법을 자주 활용하는 산업은행의 한 실무자 얘기다. 그는 “금융위원회 눈치 때문에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기촉법의 폐해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성완종 사태’에서 드러난 ‘정권→금융당국→채권단→기업’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에 기촉법이 핵심고리 역할을 했다는 데 동의한다. “기촉법 폐지는 관치금융 청산의 중요한 단계”(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이 금융위와 협의해 지난 11일 발의한 “채권단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금융당국이 기업 구조조정을 중재할 수 있다”는 기촉법 상시화 법안은 이 먹이사슬을 더욱 공고히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12월 일몰로 없어질 기촉법을 살아남게 만들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개입’을 공컥岵막?허용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빅딜’과 ‘대우사태’ 등을 거론하며 기촉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치’가 작용한 워크아웃보다 법정관리를 통해 부실 기업이 정상화된 사례가 많은 게 최근 추세다. 팬오션은 2013년 산은이 금융당국의 지원 요구를 거부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이 ‘약’이 됐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장기용선계약을 끊고 우발채무를 정리했다. 팬오션은 하림그룹으로의 매각을 앞두고 있다.

쌍용건설의 경우 2007년부터 채권단 주도로 7년간 진행한 일곱 차례의 매각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 2013년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올해 법원의 매각작업이 성공해 두바이투자청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반면 팬택과 경남기업은 각각 두 차례와 세 차례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나 재기에 실패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얼마 전 사석에서 “워크아웃보다는 좀 더 일찍 법정관리를 신청했더라면 회사가 덜 망가졌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할 명분 찾기에 바쁜 금융당국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안대규 증권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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