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하나를 만드는 데 일반적으로 1200종의 원료가 배합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보다 훨씬 적은 200종 정도의 원료만 씁니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전속 조향사인 장 클로드 엘레나. 최근 서울 논현동에서 열린 ‘에르메스 퍼퓸’ 국내 론칭 쇼 현장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향기 철학’을 설명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아시아 곳곳을 여행하며 여백의 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저도 예전엔 많은 향을 넣었지만 요즘엔 최소한의 향만으로 향수를 만듭니다. 각각의 원료에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주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향을 완성하는 것이죠.”
에르메스는 당대 최고의 조향사들과 손잡고 1951년부터 향수 컬렉션을 선보여왔다. 에르메스 퍼퓸의 특징은 모든 향수 컬렉션을 라이브러리(library)라고 지칭한다는 것. 개별 제품 하나하나가 고유한 스토리를 담은 문학 작품과도 같다는 뜻에서다.
실제로 에르메스 퍼퓸은 각각의 향수를 향의 깊이에 따라 장편소설 단편소설 시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학의 여러 장르와 같은 향수 컬렉션을 통해 단순한 향만이 아니라 에르메스의 문화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 것이다.
향수 마 耉틉湧?선택은
이들 가운데 국내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문학작품’은 무엇일까. 신세계백화점이 에르메스 퍼퓸의 단독 부티크가 문을 연 지난 3월부터 매출을 분석한 결과 ‘자르뎅 컬렉션’ 비중이 전체의 4분의 1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자르뎅 컬렉션에서는 세계 각지의 정원(jardin)에서 풍기는 내음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그린노트 계열의 향수들이 나온다.
그 뒤를 에르메스만의 독특한 향으로 유명한 ‘에르메상스 컬렉션’(17.5%), 꽃향기를 담은 여성 라인 ‘쥬르 데르메스’(16.3%), 연금술을 소재로 한 남성 라인 ‘떼르 데르메스’(7.1%), 여행에서의 영감을 표현한 프레시 우드 계열의 향수 ‘보야쥐 데르메스’(6.8%) 등이 이었다. 에르메스 퍼퓸은 지난해부터 소비자에게 향과 어우러지는 라이프 스타일을 선보인다는 의미를 담아 ‘아트 오브 리빙(Art of living)’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비누 샤워젤 보디로션 등 욕실용품을 선보이는 ‘르뱅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점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백화점 측은 전했다.
주목받는 신상품들은
에르메스 퍼퓸의 최신작 가운데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제품은 지난 4월 출시된 ‘자르뎅 무슈리’다. 정원의 향을 담아내는 자르뎅 시리즈의 다섯 번째 향수로, 엘레나가 중국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케이스에 생생한 푸른빛과 중국 황실을 의미하는 노란색을 활용해 화사한 느낌을 냈다. 중국 예술가 리 신이 디자인한 패키지에는 먹물로 표현한 강물이 그려져 신비로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1일 국내에 출시되는 ‘쥬르 데르메스 가데니아’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쥬르 데르메스 시리즈의 세 번째 향수다. 치자꽃을 소재로 삼아 ‘하루를 시작하는 새로운 한줄기 빛’이라는 주제를 풀어냈다. 풍성한 꽃다발에서 풍겨져 나오는 듯한 치자꽃 향기에 장미 수선화 재스민 등의 냄새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을 풍긴다. 유명 디자이너 피에르 아르디의 손에서 탄생한 향수병 안에는 밝은 연두색을 띠는 빛의 곡선이 드러나 매력을 더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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