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공포·불안·기쁨…팔색조 감정 연기로 승부"

입력 2015-06-01 21:05  

4일 개봉 새 영화 '은밀한 유혹' 주연 맡은 임수정

여배우라면 도전하고 싶은 배역
30대 중반되니 연기 알 것 같아



[ 유재혁 기자 ]
임수정(36)이 459만명을 동원한 2012년 흥행작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3년 만에 새 영화 ‘은밀한 유혹’(4일 개봉·감독 윤재구)으로 돌아온다. ‘카지노 왕’과 결혼해 절박한 상황을 탈출하려는 지연 역이다. 1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시사회에서 완성작을 보니까 재미있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계속 일어나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니까요.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이야기의 매력과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프랑스 작가 카트린 아를레의 소설 ‘지푸라기 여자’를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한 이 작품은 신데렐라 스토리와 범죄 이야기의 합성품이다. 동업하던 친구가 자신의 명의로 거액을 빌려 사라진 뒤 빚 독촉을 받는 지연에게 부잣집 아들 성열(유연석 분)이 부친인 카지노 왕을 유혹해 결혼하라고 제안한다. 매력남 성열과 관계가 깊어지고, 카지노 왕과 결혼에도 성공하지만 지연은 갑자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만다.

“전체 장면의 80% 이상에 등장해 온갖 감정을 연기하느라 힘들었어요. 기쁨과 고통, 공포와 두려움, 사랑과 배신 등을 모두 경험하니까요. 카지노 왕과 함께 사는 요트에서 시중드는 사람은 모두 실제 모습을 숨기는 인물들이죠. 파트너인 성열과도 묘한 경쟁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연기하는 동안 참 외로웠어요.”

그런데도 그는 스스로 성장했음을 실감했다. 연기가 유연해졌고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도 늘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오감을 열어 놓고 상황 변화에 따라 준비했던 연기를 바꾸기도 했어요. 캐릭터에 순간적으로 집중하고 빠져나오는 것도 자유로워졌고요. 촬영감독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른 연기자들과의 호흡도 좋아졌어요. 신인 땐 내 것 하기에 바빴는데 시야가 넓어진 거죠.”

그는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많은 시나리오를 사양했으나 이 작품에는 단박에 끌렸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여배우라면 한 번쯤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었다는 것. 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이 성공한 비결은 뭘까.

“류승룡 선배가 희대의 카사노바 역을 정말 잘했어요. 유니크한 배역을 참 재미있게 소화했죠. 저는 결혼 7년차 부부의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남성 관객들은 제가 연기한 초반부의 히스테릭한 아내는 다시 봐도 견디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캐릭터들을 잘 잡아나간 게 비결인 듯싶어요.”

그는 쉬는 동안 기타 배우기에 열중했다. 통기타 연주 실력이 수준급은 아니지만 초급은 지난 단계란다. 1~2년 뒤에는 방송에서도 한번 연주해보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는 1년에 영화 두 편 정도는 하고 싶어요. 올 하반기에 한 편 더 개봉할 겁니다. 어려 보이는 외모 덕분에 나이보다 어린 배역을 많이 했지만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제 감성에 맞는 배역이 많이 들어와요. 30대 중반에 들어서야 진짜 여배우가 된 듯한 느낌이에요.”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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