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경제 뒷걸음…북유럽 강소국서 '유로존 문제아'로

입력 2015-06-01 21:08  

러 내수침체·스웨덴 통화 약세에 수출 고전
노키아 빈자리 채울 새 성장동력도 못찾아



[ 김은정 기자 ] ‘북유럽 강소국’으로 꼽히는 핀란드가 경제 부진의 늪에 빠졌다.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 가운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곳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그리스를 제외하면 핀란드뿐이다. 회복세를 보이는 유로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주요 교역국인 러시아 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수출 경쟁국인 스웨덴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출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것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핀란드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던 노키아의 몰락도 여전히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로존 경제 회복 발목”

핀란드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작년 4분기에도 0.2% 줄었다. 남유럽 재정위기 때 ‘유럽의 문제아’로 꼽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각각 0.9%, 0.3%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통상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면 경기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鳴?여겨진다”며 “핀란드는 점차 회복하는 유로존 경제와 다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수출 부진에 따른 영향이 컸다. 핀란드의 주요 수출품은 종이와 목재류, 기계류다. 전체 수출액의 12%(2014년 기준)를 차지하는 독일이 핀란드의 최대 수출국이고, 스웨덴(11%)과 러시아(8.3%)가 뒤를 잇고 있다. 독일 수출은 소폭 증가 추세지만 2, 3위 수출국인 스웨덴과 러시아가 핀란드 경제를 옥죄고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다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까지 겹치면서 러시아 경제는 휘청이고 있다. 러시아의 내수 침체는 핀란드의 수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 경쟁국인 스웨덴의 통화 약세도 핀란드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스웨덴은 최근 각종 부양책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통화 완화 정책을 쓰고 있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0.10%)로 끌어내렸고, 900억크로나(약 11조6800억원)어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등이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자 추가 기준금리 인하와 채권 매입 규모 확대를 저울질하고 있다. 스웨덴의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스웨덴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핀란드 기업 제품에 비해 높아진다.

핀란드 경제 침체는 외부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주력 산업이던 휴대폰과 제지산업의 쇠락 이후 마땅한 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는 영향도 있다. 한때 휴대폰 분야 세계 1위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려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부문을 매각했고, 매출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 핀란드의 전통적인 제지산업도 전자문서 이용 확대 등 온라인산업 성장으로 계속 후퇴하고 있다.

“노키아 대신할 혁신기업 기대도”

핀란드 정부는 성장 부진으로 재정이 악화하자 세금 인상과 지출 축소 등 재정 긴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반발이 심하다. 수출이 부진한 상태에서 재정 지출까지 줄면 오히려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닉 가트사이드 JP모간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대표는 “최근 몇 년간 내리막길을 걷던 일부 국가가 살아나고 있지만 핀란드처럼 과거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국가의 경제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고 말했다.

지금의 위기가 핀란드 경제에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핀란드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했던 글로벌 대기업 노키아의 몰락으로 자본과 우수한 인재들이 시장에 대거 풀렸다”며 “최근 핀란드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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