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등 해외 오히려 소강상태…해외출장 금지 안해
가라앉는 내수 침체, '메르스 악재' 예의주시
[ 김민성 기자 ] 2일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잇따라 사망하고, 3차 감염까지 현실화하면서 재계와 산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르스 확산 진원지가 해외가 아닌 안방인 국내라 더욱 그렇다.
일부는 메르스가 일반으로 확대될지 모를 국가적 중대 상황임을 감안, 적극적 외부 대응에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국내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메르스 악재가 경기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최근 재계에 따르면 해외뿐 아니라 전국에 사업장을 둔 삼성, LG 등 대기업 그룹사는 국내 메르스 확대 상황을 시시각각 예의주시하고 있다.
'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첫 환자와 병원에서 직접 접촉한 2차 감염뿐만 아니라 이와 무관한 3차 감염 환자와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자칫 메르스 '불똥'이 자사 임직원에 옮겨붙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과 전국 각지에 공장 및 사업장을 두고 있어 더욱 그렇다.
한 대기업은 매일 메르스 감염 예방 수칙 및 초기 층상 확인법 등을 정리해 계열사 내부 게시판과 개인 메일로 공지하고 있다. 중동 내 메르스 감염원으로 알려진 낙타, 박쥐 등 동물을 국내에서도 접촉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상황이다. 2차 및 3차 확산에 따른 상황별 대응책도 내부적으로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따로 직원을 모아 교육한다거나 진원지인 중동 지역 해외 출장 제한 등은 하지 않고 있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이미 중동 지역은 2012년 메르스가 발생한 이후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국내가 해외보다 더 위험하다는게 걱정"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대기업은 메르스 관련 공식 내부 지침을 임직원에 전달하지는 않았다. 개인적 위생 관리 및 전염 예방을 당부하는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다만 다른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국내가 메르스에 더 취약하다는 점에 난감해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예전 다른 나라에서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등이 창궐했을 때는 현지 출장 제한 조치로 대응했는데 지금은 근원지가 한국이라 따로 지침을 내리기가 곤란하다"며 "출근하지 말고 재택 근무를 하라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서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하룻새 메르스 환자 2명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국민적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급성호흡기부전으로 사망한 메르스 의심환자(58·여)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국가지정격리병상에서 치료 중이던 6번째 확진 환자(71)도 사망했다.
환자수는 하룻밤새 6명 늘어나 25명으로 불었다. 이들 중 3차 감염자도 확인됐다. 격리 대상자는 682명에 달한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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